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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 민낯)②석탄발전소 투자 주관한 대형 증권사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삼척블루파워 공모 회사채 발행이 예측치를 뛰어넘는 주문을 받아내며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 등 대형 증권사 주관사단들이 리테일 부서를 앞세워 참여를 적극 독려한 덕분인데요.
 
업계에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행 사례로 꼽습니다. 특히 완판 이유로 이익금에 대한 고금리 적용과 적극적인 IR이 꼽히면서, ESG 리스크를 개인 등 투자자에 떠넘긴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입니다. 
 
미래에셋증권 등 주관사단들이 적극적으로 리테일 부서를 앞세워 참여한 덕에 ESG역행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삼척블루파워가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서 목표치를 뛰어넘는 주문을 받아내며 완판에 성공했다. (사진=뉴시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17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75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습니다. 만기는 3년 단일물입니다.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4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4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는데 +40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은 ESG 리스크 등으로 금리가 탐나도 쉽게 수요 예측에 나설 수 없습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명이 드러나면 환경단체나 사회적으로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삼척블루파워는 미매각 물량을 주관사나 인수단이 가져가 조용히 소화하는 종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6%대 금리를 제시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금리 매력이 부각됐습니다. 금리 인하를 앞두고 수익률이 높은 채권의 인기가 높아진 데다 최근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저점을 찍으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주목받은 셈입니다.

석탄 발전 부추기는 증권사 
 
실제 이번 수요예측에선 유진투자증권(001200) (3,645원 ▼90원 -2.47%), IBK투자증권, 대신증권(003540) (14,210원 ▲30원 +0.21%) 등 증권사에서 리테일 부서로 다수 주문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SG 리스크 등으로 여전히 물량을 담을 수 없는 기관 부재를 리테일에서 상쇄한 모습입니다. 
 
적극적인 IR을 통해 송전선로 우려 등을 잠재운 점도 투자자들의 유입을 뒷받침했습니다. 삼척블루파워는 지난달 1호기 상업 운전을 시작했지만,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는 송전선로가 부족해 실제 수익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불안감이 번진 바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19년 'AA-급'였던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도는 'A+급'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도를 'A+(안정적)'로 매기고 있습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동해안 지역의 송전제약 등 부정적인 외부 여건으로 향후 사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시장의 탈석탄 기조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약화해 운영 기간 내 자금조달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삼척블루파워는 시운전 기간에는 일정 수준의 수익성이 보전되는 등의 현황과 전망을 설명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여나갔다는 후문입니다.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관련 주관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입니다. 이들 6개 증권사는 지난 2018년 삼척블루파워의 발전소 건설의 위한 회사채 총액인수확약(LOC)을 체결했습니다. 회사채 판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관사가 해당 물량을 모두 떠안아야 합니다. 결국 회사채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주관사에서 남은 물량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석탄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은 모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석탄을 넘어서 "리스크를 떠넘기는 주관사 행태 비판 받아야"
 
사진은 '석탄을 넘어서'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계획 규탄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시대 폭탄돌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연이은 미매각에 주관사 부담이 늘어나자 리스크를 개인투자자에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셉니다.
 
배슬기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 활동가는 "돌아가지도 않는 발전소에서 어떻게 이익을 내서 회사채를 개인에게 돌려줄 수 있을지, 개인투자자들에게까지 투자 위험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종오 KOSIF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도 "증권사서 떠안아야 할 리스크를 손해 보기 싫으니 개인에게까지 떠넘기는 행위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며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만년 미매각 삼척블루파워 완판 
 
삼척블루파워는 삼척화력발전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된 민자석탄발전사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건설·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습니다. 
 
삼척블루파워가 조달 시장을 찾은 이유는 회사채 차환과 화력 발전소 건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는 6월 25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어서인데요. 이와 함께 강원도 삼척시에 2100㎽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고 전력을 생산해 전력시장에 판매하는 민자발전사업을 영위할 예정입니다. 
 
삼척블루파워는 꾸준히 공모채 시장에 등장했지만 늘 미매각을 기록하는 종목이었습니다. 특히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중 500억원을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 건설을 위한 시설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반(反)ESG 종목으로 꼽힙니다. 탈석탄 기조에 역행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탓입니다. 
 
이에 ESG 투자 열풍과 함께 회사채 시장의 외면을 받아왔습니다. 석탄화력발전의 반환경 특성이 부각되면서 다수의 기관이 물량을 매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인데요. 이에 2020년부턴 회사채 발행 때마다 매번 미매각을 벗어나지 못한 바 있습니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