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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삼성E&A, 1.9조 알제리 석유플랜트 더딘 진행률에 '골머리'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17: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삼성E&A(구 삼성엔지니어링(028050) (25,100원 ▼450원 -1.79%))가 수행 중인 약 1조9000억원 규모 알제리 정유 프로젝트 공사가 계약기간 종료 임박에도 부진한 진행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발주처와의 협의에 따라 계약기간을 연장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공사비·공사기간에 대한 협상을 수년간 지속해야 하는 실정이다.
 
삼성E&A 본사.(사진=삼성E&A)
 
발주처 '비용 절감' 요구에…3년간 착공 지연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E&A는 기존 이달 24일까지로 예정된 알제리 ‘Hassi Messaoud 정유 프로젝트’(이하 HMD)의 계약 종료일을 올해 12월21일까지로 연장하는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회사는 지난 2020년 1월 알제리 국영석유회사인 소나트랙(Sonatrach)이 발주한 4조3000억원 규모 HMD 공사를 스페인의 테크니카스 레우니다스(Tecnicas Reunidas·TR)와 조인트벤처(JV)를 구성해 공동으로 수주했다. 전체 공사비의 45%인 1조9372억원이 삼성E&A의 몫이다. 이 공사는 설계·시공·조달(EPC) 형태로 진행된다.
 
HMD 프로젝트의 수주액은 삼성E&A의 올해 3월 말 연결 기준 수주잔고 약 12조5500억원의 15.4%에 달하는 수준이다. 해외 공사 수주잔고(10조원)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삼성E&A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HMD 프로젝트의 진행률은 5.2%에 불과하다. 진행률에 따라 지급받은 기성(기납품액) 역시 1138억원에 그치고 있다.
 
당초 이 프로젝트의 계약 기간은 2020년 2월25일부터 2024년 6월24일까지 52개월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초 발주처인 알제리 소나트랙이 JV와 계약에 관한 재협상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나트랙은 ‘비용 절감’을 위해 두 기업과 협상을 진행하며 착공을 보류했다는 전언이다. 두 건설사의 착공이 미뤄진 이유다. 55%의 지분을 보유한 스페인 TR은 당시 상당 수준의 매몰 투자가 이뤄진 이후 이뤄진 발주처의 재협상 요구에 소나트랙과의 법적 분쟁을 고려하기도 했다.
 
발주처 사정에 의해 공사가 더디게 진행된 만큼, 향후 HMD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기간 연장 협의는 무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E&A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HMD 프로젝트의 경우 발주처, 컨소시엄사인 TR과 함께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겪으며 소나트랙과의 재협상이 있었지만, 현재는 관련 협의를 모두 마치고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HMD 프로젝트의 공사가 원활히 진행됐을 시 삼성E&A가 올릴 수 있던 매출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약 4년 4개월의 계약 기간 동안 1조9000억원에 대한 기성을 수령했다면 연간 평균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E&A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0조6249억원, 영업이익 9931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고 수준의 영업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그룹 공사로 넉넉한 수주고…해외사업 중심 실적 성장 '고삐'
 
삼성E&A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3847억원 가운데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발생한 매출은 49.1%인 1조1730억원에 달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발주한 공사로부터 발생한 매출이다. 삼성전자(005930) (72,800원 ▼700원 -0.96%)로부터 얻은 매출이 842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2565억원), 삼성전기(009150)(3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28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회사의 올해 3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12조550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10조6249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 4월에는 GS건설(006360)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로부터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1·4번’ 공사를 수주하면서 수주고를 큰 폭으로 늘렸다. 공사비만 약 9조6000억원에 달하고, 삼성E&A의 지분은 약 8조원이다.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를 단순 합산하면 현재 기준 수주잔액은 18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E&A는 올해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8000억원, 신규 수주 12조6000억원 등의 영업 목표를 설정했다. 수주를 제외한다면 지난해 대비 보수적인 목표를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그간 더딘 진행률을 보여 온 알제리 HMD 프로젝트의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돼 올해부터 본격 매출이 발생한다면 목표치 달성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사우디 파딜리 프로젝트 수주 이후 인도네시아 ‘TPPI’ 등 다수의 화공 프로젝트 수주가 기대된다. 올해 19조7000억원의 신규 수주가 예상된다”라며 “지난해 일회성 이익 약 1800억원이 반영되며 높은 실적을 기록한 탓에 올해는 기저효과로 인한 이익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