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바로가기
IR뉴스
HOME > IR뉴스
인쇄하기
[IB토마토]보험 해약준비금 산정에 쏠린 눈…주주환원 확대 '갈림길'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5일 15:3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사 해약환급금 준비금(해약준비금) 산정 기준 변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약준비금은 새로운 회계 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서 형성된 항목인데, 보험부채 변동에 따라 자본 내 이익잉여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배당금과 연관되면서 향후 보험사 주주환원 확대 여부에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 외 대부분 '해약준비금' 인식
 
24일 보험·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해약준비금과 관련된 회계 기준 변경이 금융당국에서 논의되고 있다. 준비금 적립 기준을 세전에서 세후로 변경하거나 산출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변경 여부와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특정할 수 없으나 업계 일각에선 올 하반기쯤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약준비금은 보험사 회계 기준이 지난해 IFRS17으로 바뀌면서 새로 만들어진 계정이다. 보험계약 부채를 기존 ‘원가’ 평가 방식에서 ‘시가’로 적용하면서 파생된 것이다. 통상 금리가 높아져 부채 할인율이 상승하면 시가로 평가한 부채 규모가 줄어든다.
 
해약환급금은 보험계약 효력 상실이나 해지 등을 이유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을 뜻한다. IFRS17에서 시가 평가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을 경우 그 부족액(차액)만큼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삼성생명(032830) (70,400원 ▲100원 +0.14%)을 제외한 주요 보험사 대다수는 해약준비금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서 올해 1분기 사이 인식한 금액은 손해보험사가 ▲삼성화재(000810) (255,000원 0원 0.00%) 1.2조원 ▲DB손해보험(005830) (88,500원 ▲800원 +0.90%) 1.4조원 ▲현대해상(001450) (31,600원 0원 0.00%) 9000억원 ▲한화손해보험(000370) (4,065원 ▼5원 -0.12%) 3430억원 등이며 생명보험사가 ▲한화생명(088350) (2,670원 ▼10원 -0.37%) 1.1조원 ▲동양생명(082640) (4,385원 ▼10원 -0.23%) 2590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지금처럼 할인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하면 보다 적게 잡히기 때문에 원가 평가 대비 격차가 커질 수 있는 환경”이라며 “다만 개별 보험사의 부채 구성에 따라 준비금 인식 규모가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미처분잉여금에 영향…배당금 산정 '핵심'
 
해약준비금은 자기자본 내 이익잉여금 항목에 속한다. 이익잉여금은 해약준비금 외에 미처분잉여금, 임의적립금 등으로 구성된다. 해약준비금으로 인식하는 규모가 커져 자기자본 내 비중이 높아지면 미처분잉여금이 과소 평가될 수 있다. 임의적립금을 포함한 미처분잉여금 전반이 구조적으로 영향받는다는 것이다.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미처분잉여금이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신뢰도 높고 지속 가능한 잉여금 확보를 위해 해약준비금 부문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김도하 한화투자증권(003530) (3,195원 ▲35원 +1.10%) 연구원은 “실질 잉여금이 감소하는 구조를 해소할 유량적 방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라면서 “현재 상태에서는 이익 창출이 지속 가능한 잉여금으로 이어지지 못해 회계적 이익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해약준비금 기준 변경은 특히 배당금 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해약준비금은 배당가능이익 차감 항목이기 때문에 규모가 늘어나면 배당 여력이 줄어들어서다. 주주환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자본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은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수준의 주주환원을 발표했는데, 이들 보험사는 공통적으로 해약환급금 준비금 전입액이 순이익보다 많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 산정 기준이 변경될 경우 배당 여력을 확보, 시장 기대치에 맞는 주주환원을 시행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다만 인위적으로 주주환원 여력을 형성할 경우 펀더멘털이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보험사가 무리하게 소화하는 경우다. 현재 보험부채 평가가 보험사 개별 가정에서 출발하는 만큼 한계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이 보험사 재량에 달려 있어서 그에 따른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 연구원은 “보험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전환 2년차인 지금까지도 회계제도가 안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해약환급금 준비금 비중이 타사 대비 큰 곳이 존재하는 이유는 보험부채를 과소 계상했거나 보험부채가 할인율에 민감하기 때문일 수 있다”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