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NH투자증권이 지난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상표권 사용료' 성격의 농업지원사업비가 당기순이익의 1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됩니다. 상장사가 아닌 농협금융지주와 달리 NH투자증권은 개미주주가 많습니다. 그런만큼 지배구조 및 비용 지출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NH투자증권 순익 10% 넘는 '명칭사용료'
1일 농협금융지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NH투자증권(005940) (10,540원 ▼50원 -0.47%)이 지난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농업지원사업비는 572억원입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5564억원(지배주주)으로 집계됐습니다. 농지비는 매출액 대비로는 0.5% 수준에 불과하지만 당기순이익으로 보면 무려 10.3%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중앙회가 농업협동조합의 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대해 명칭 사용에 대한 대가로 부과하는 비용입니다. 산지유통 활성화 등 회원과 조합원에 대한 지원 및 지도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려는 목적입니다. 매출액 또는 영업수익의 최대 2.5% 이내 범위에서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농협금융지주 계열사가 지주로 보낸 후 금융지주가 중앙회에 납부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농업지원사업비는 각 계열사의 영업수익 규모에 따라 일정 부과율로 지급하도록 법률적으로 명시된 사항"이라며 "중앙회에서도 지난 21년 상장회사 특례규정을 마련해 상장계열사에 대해 적정 부과율을 조정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사는 자사주 매입 및 고배당 정책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한금융지주나 KB국민은행은 자회사에 명칭사용료로 매출액의 0.1~0.2% 수준을 납부하도록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회사로부터 브랜드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다가 금감원 제재를 받은 교보생명은 2021년부터 교보증권에 전년도 매출액(영업수익)에서 광고선전비 외에 파생상품 관련 손실까지 제외한 후 요율을 적용해 브랜드 사용료를 받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로부터 오히려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습니다.
"합병 거쳐온 NH투자증권…문제 소지"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의 농협중앙회에 대한 농업지원사업비 지출은 농민 지원과 농업 진흥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명분이 있습니다. 2012년 농협은행의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로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할 당시 농협중앙회의 수익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배당금과 명칭사용료의 중요성이 부각됐던 것입니다.
문제는 농협은행과 달리 NH투자증권의 경우 이 명분을 지켜야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NH투자증권은 1969년 국내 손보사들이 지분을 공동출자해 설립한 한보증권주식회사 설립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1999년 LG투자증권, 2005년 우리투자증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2014년 NH농협증권에 합병돼 NH투자증권이 됐는데요. 이 시점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가 신경분리를 한 후입니다. 농협중앙회에 진 빚이 없는 셈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농협은행의 경우에는 농협중앙회와 신경분리되면서 농협금융지주에 농업지원사업비를 내는 명목이 있다"면서도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과 LG증권을 합병한 것이 신경분리 이후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법률적으로 배임은 아니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농지비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농업지원사업비의 규모에 비해 불투명성이 크다며 사업 목적외 사용에 대해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홍 의원은 "농협중앙회의 위상과 공공성, 자산규모, 농업지원사업비의 취지와 부과액은 물론 법적으로 농업지원사업비는 다른 수입과 구분하여 관리해야 하고 그 수입과 지출 내역이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공개된 농업지원사업비 운영내역의 단순성과 불투명성은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2020년 6월 농협은행에 농업지원사업비 산정 방식을 합리화하라며 경영유의 조치한 바 있습니다. 손익 규모와 자본 적정성 등 재무 현황을 반영하지 않고 부과되는 대규모 농업지원사업비가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 제고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취지입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타사대비 비슷한 수준의 명칭사용료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과도하게 많은 수준이라면 과다지급으로 볼 수 있다"며 "NH투자증권에 투자한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은 "농협중앙회는 농업협동조합법과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근거로 농협금융 인사권과 돈줄을 쥐고 있다"며 "이렇다보니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로부터의 수익을 과도하게 챙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NH투자증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