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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삼성증권, 한경협 가입 거절…상징성보다 실효성 선택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8일 17: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후신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론지었다. 삼성증권의 이 같은 결정은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삼성증권은 기존 회원사 자격을 유지하던 4개의 타 계열사와는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한경협 측에선 한국의 새로운 싱크탱크 역할을 하겠다 공언했지만, 삼성 측에선 이미 세계적인 위상과 조직력, 연구조직을 갖추고 있는 데다 한경협 가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입장차가 컸다는 분석이다.
 
회원 자격 유지한 5개 계열사 중 나홀로 가입 거부
 
삼성증권 본사가 위치한 서울 서초구 삼성타워 (사진=연합뉴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005930) (72,800원 ▼700원 -0.96%), 삼성SDI(006400) (429,500원 ▼16,000원 -3.73%), 삼성생명(032830) (70,400원 ▲100원 +0.14%), 삼성화재(000810) (255,000원 0원 0.00%),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 등 기존 전경련 회원사 자격을 유지하던 삼성의 계열사 중 유일하게 새로 개칭되는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증권의 이 같은 결정은 전경련 복귀와 관해, 정경유착 우려를 제시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권고와 이사회 내부 반대 의견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18일 임시회의를 열고 전경련 재가입과 관련해 정경유착 고리를 완전히 단절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찬희 준법감시위원장은 삼성 계열사의 한경협 재가입에 대해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 및 회계와 관련한 투명성 확보 방안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거친 후에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권고했다"라며 "현시점에서 전경련 혁신안이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우려를 표명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과 관련해 어떠한 명목이든지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권고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삼성의 계열사 중 한경연 회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던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 계열사 5곳 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4개사만이 이사회에서 한경협 가입 유지에 대해서 논의하기로 했다.
 
사실상 없는 득, 한경협 제공 혜택엔 실효성 의문
 
전경련회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증권의 이 같은 결정은 한경협에 가입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은 가입 기업들 혜택으로 △기업 애로 해소 △다양한 업종 최고경영자(CEO) 및 정책 당국자와의 대화 기회 제공 △경제계 인적 네트워크 구축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해외 네트워크 참여 기회 제공 △대통령 표창 등 각종 훈·포상 수상 기회 부여 △최신 경제 정보 서비스 △ CEO·임직원 교육프로그램 할인 △전경련 회의장 임대 할인 혜택 △기업인 공항귀빈실(CIP) 우대 서비스 등 크게 9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위상과 네트워크, 연구조직을 갖춘 삼성에게 한경협이 제공하는 혜택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 것이냐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우선 경제계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해외 네트워크 참여 기회 제공에선 이미 국가에서 진행한 주요 해외순방과 각종 행사에서 선두에 서고 있는 삼성에겐 혜택이라 할 수 없다. 또한 최신 경제 정보 서비스 제공에서도 국내 최고 수준의 경제연구소로 정평이 나있는 삼성 내 민간 경제 전문 연구법인인 삼성글로벌리서치가 이미 삼성의 글로벌시장 전략에 기여하고 있어 한경협이 구상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이 삼성에게 효용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표창 등 각종 훈·포상 수상 기회를 부여한다고 주장하나 한경협은 훈장 수여에 권한이 없는 민간기관이다. 일부 영역에서 인사 추천 자문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으나, 이미 산업 현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에게 수상과 포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한경협이 삼성에게 실질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효한 혜택은 강남 삼성타워에서 차로 1시간 20분 걸리는 전경련회관 회의장 임대 할인 혜택과 교육프로그램 할인 혜택뿐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원 가입에 대한 사항은 개별 기업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삼성증권의  특별한 입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4대 그룹이 300억 부담...재가입 삼성증권 비용 부담 
 
한경협 가입으로 기대되는 효과가 저조한 가운데 재가입과 회비 납부는 또 다른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16년 말 기준으로 전경련의 회비수익은 408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70%가량은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에서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책 역할 논란에 전경련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탈퇴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다음해인 2017년 전경련의 회비수익은 113억원으로 급감했다. 각 그룹사별 정확한 회비 내역은 확인할 길이 없으나 단순 계산으로 따지만 4개 그룹사는 각사당 약 73억원을 회비로 납부한 셈이다.  
 
 
앞서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2분기 전산관리비와 임대료를 제외한 일반관리비에서 604억원을 썼다. 73억원을 5개사가 공평히 나눠 부담한다고 해도 지점 통폐합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용절감에선 이렇다할 성과가 없던 삼성증권에게 굳이 안 써도 될 비용의 증가는 부담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밖에도 앞서 이전 전경련과 관련해 한 차례 홍역을 겪어야 했던 삼성은 향후 윤리 경영 관련해서도 한경협 복귀 자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재 정경유착 관련 이렇다 할 개선책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 준감위가 지적한 대로 한경협 자체의 자구책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김병준 전경련 고문은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사전에 만나 전경련 복귀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한경협에 신중한 입장이었음을 밝혔다.
 
김 고문은 "이 회장이 전경련이 경제단체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미르·K스포츠 재단 사태 같은 스캔들 재발 우려와 방어장치가 있는지 등을 물어봤다고"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 계열사 중 삼성증권이 전경련에 복귀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전경련이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제대로 운영하는지 보고 복귀해도 되지 않겠냐는 입장으로 해석한다"라고 밝혔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