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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5일 19: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상장을 추진한다. 이번 상장 재추진은 최근 달라진 금융당국의 가상자산에 대한 기조에 따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빗썸의 최대주주와 관계사들의 부실경영, 경영진의 법적 분쟁에 따른 리걸 리스크로 실제 상장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평가다. 한편 그룹사 차원에서 엄격한 내부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이 이번 상장 주관사에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시장은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금융당국 가상자산 기조 변화에 주목받는 빗썸 상장 추진
(사진=연합뉴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지난 11월22일 빗썸코리아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빗썸 오픈 경영'을 선포했다. 이어 IPO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그간 지적받아온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상장 시점과 목표 기업가치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2025년 하반기 내 상장을 목표로 한다. 상장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상장 시도는 이번으로 두 번째다. 빗썸코리아는 지난 2020년 삼성증권과 IPO 주관계약을 맺고 상장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나 회계기준이 없어 빗썸에 대한 가치평가가 어려웠다. 결국 상장 가능성이 낮다 판단해 상장 계획을 철회했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연내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 감독 지침 등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관련 제도와 규제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빗썸의 자본시장 데뷔는 다시 시도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1월29일 한국회계학회와 삼일회계법인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가상자산 심포지엄을 진행하고, 가상자산의 회계, 세무 처리 관련 연구 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회계법인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인사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윤지혜 금융감독원 국제회계기준팀장은 "이날 행사에선 금융감독원의 입장을 전달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감독 지침 마련하는 과정에 개인 의견을 전하고자 왔다"라면서도 "현재 감독 당국이 적시에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거래 형태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해답에 대한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자유롭게 소통해서 답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빗썸코리아와 관계사들 뱀처럼 꼬인 지분 구조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이 이전보다 가시화돼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빗썸의 IPO 성공 여부는 외부적 환경이 아닌 내부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빗썸은 실질적 최대주주인 이정훈 빗썸홀딩스 의장과 단일 최대주주사인
비덴트(121800) (3,380원 ▲25원 +0.74%) 사이 경영권 다툼에 휘말렸다. 이에 최대주주인 비덴트의 관계 계열사의 경영상의 부실과 범죄 연루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2월 구속될 당시 호송차에 탑승한 강종현씨. (사진=뉴시스)
빗썸의 사실상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 회사는 지난 3월 강씨가 620억원 규모 횡령과 배임으로 기소되자 무더기로 거래정지가 됐고, 현재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세 곳 모두 외부감사에서 일제히 의견거절을 받은 상황으로 상장폐지 진행에 대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거래소의 처분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의견거절과 함께 3사가 공개한 재무제표상 실적도 기업의 계속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수준이다.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의 지난해 매출을 합해도 478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 곳의 당기순손실 합은 4037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초록뱀그룹의 원영식 전 회장이 사실상 경영에 참여한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삼성증권이 상장 주관사 맡아 시장선 의아
빗썸의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지난 2020년 첫 상장 시도 때에 이어 이번 상장 추진에도 주관사로 선정된 것이다. 앞서 삼성증권은 빗썸과 협업해 가상자산 시세조회·자산관리 서비스를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적용시키기도 했다.
이번 상장이 성공한다면 가상자산 거래소로서는 최초로 직상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모기업의 경영부실과 더불어 법적 쟁점까지 걸린 까다로운 딜을 삼성증권이 굳이 맡게 된 점을 두고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현재 IPO시장이 가뭄이어도 빗썸코리아 같은 딜을 주관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아직 초기인 만큼 확답할 수 없지만 파두 사태 이후 점점 기업 검증이 엄격해지는 요즘에 이런 딜을 주관하는 것은 오히려 회사의 해가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관리의 삼성이라 불릴 만큼 삼성증권은 그룹 차원의 엄격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중간에라도 딜이 깨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배 회사의 법적 분쟁만큼이나 빗썸도 법적 분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정훈 빗썸홀딩스 의장은 지난 2018년 10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와 공동경영을 제안하며, 가상화폐 '빗썸코인'을 빗썸에 상장하겠다는 명목으로 계약금 약 1억달러(당시 약 1100억원)를 편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재판 당시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올해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경영에 복귀했다. 하지만 지난달 16일 검찰이 제기한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8년을 구형 받고 내년 1월 2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