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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대체거래소(ATS)가 2025년 1분기 출범한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분기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인 ATS ‘넥스트레이드’의 공식 운영안을 밝혔다. 큰 틀은 하루 12시간 거래와 ETF·ETN 거래 허용이다. 증권업계도 부랴부랴 준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기존 거래소와 이원화된 시장의 등장으로 호가 시스템 정립과 시설 준비가 한창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ATS 운영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대체거래소 가이드라인 공개
16일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운영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공개됐다. 그간 주식의 매매·중개·주선·대리 등 다자 간 매매체결 업무는 한국거래소가 독점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선진화 일환으로 증시 인프라 다양화와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 개선 등을 목적으로 대체거래소 개설이 추진됐다.
금융위원회는 9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인프라의 질적 발전을 위한 ATS 운영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고 개괄적인 ATS 운영안을 발표했다. 가장 큰 틀은 ATS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주식거래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또한 두 거래소 간 시세조종을 방지하기 위해 거래 가능시간이 조절되고 중간가호가와 스톱지정가 호가 등 새로운 호가가 도입될 예정이다.
제도 개선 이외 금융당국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부분은 경쟁을 통한 거래 비용 절감이다. 실제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보다 매매체결 수수료를 20~40% 수준으로 내린다는 방침이다. 또한 기존 거래가 불가능하던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거래도 넥스트레이드에서 매매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통한 허용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제도 도입 후 10여 년 만에 ATS 출범으로 우리 증권시장이 복수시장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라며 "경쟁을 통해 효율적이고 편리한 시장이 조성되려면 먼저 안정적이고 공정한 시장관리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운영 모식도 (사진=금융위원회)
내년 출범 소식에 증권사마다 준비 '한창'
넥스트레이드는 현재로서는 연말 모의거래를 마친 후 내년 1분기 중 출범을 목표로 한다. 넥스트레이드에는 현재 금융투자협회와 22개 증권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이중 금융투자협회와 7개사(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10,540원 ▼50원 -0.47%), KB증권,
키움증권(039490) (94,000원 ▲200원 +0.21%), 한국투자증권)가 참여해 각각 6.6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가장 앞서 거래 매체에서의 증권사 주문 호가 시스템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한국거래소가 증권 거래를 독점할 때는 오로지 하나의 시장에서 하나의 가격에 대해서만 주문과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시장 이원화가 이뤄질 경우 어떤 주식에 대해 동시간대 수급량에 따른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 주문을 최선의 조건으로 집행하기 위한 기준을 사전에 알리고, 이 기준에 따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중 유리한 시장을 골라 주문하는 '최선집행의무'가 적용되고 증권사는 최선집행기준과 '자동주문전송(SOR)' 솔루션을 구축해야 한다.
최선집행의무는 주식 A의 가격이 한국거래소에서는 1주당 1000원에 매도가가 형성되고 있는 반면 주식 주문의 수급 차이로 넥스트레이드에선 1주당 900원일 때 주식매수자에게 유리하도록 넥스트레이드에서 형성된 가격에 주문이 체결되도록 시스템이 완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넥스트레이드 참여 증권사는 한국거래소뿐만 아니라 넥스트레이드와도 연동된 시스템 서버 구축 등의 사전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각 증권사의 MTS와 HTS와 같은 거래매체에서 이원화해 표기할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주식 매수자의 선택에 따라 둘 중 한 거래소에서만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증권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적립으로 힘겨운 한해를 보낸 상황에서 불확실한 시장을 위해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SOR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기 어려운 증권사는 넥스트레이드나 코스콤에 일정 이용료를 지불하고 해당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IT업계에서도 해당 시스템의 원한 구축까지는 한동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ATS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선 증권사별 거래 매체 시스템과 넥스트레이드, 한국거래소 간 호환이 이뤄져야 하고 필요한 인프라와 관리 운용 인력도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IT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대체거래소의 운영방안대로라면 한국거래소와 각 증권사 사이에 넥스트레이드가 끼어드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세 기관 사이 데이터의 실시간 호환은 물론이고 문제 발생 시 확인해야 할 곳이 하나 늘어난 만큼 변수가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기존의 거래 방식과는 다르고 선례도 없어 이를 숙지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 필요하기에 정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사진=키움증권)
현재 ATS에 가장 적극적으로 준비 중인 증권사는 리테일 시장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현 증권업계에서 가장 발 빠르게 핵심인 SOR 솔루션 개발에 나섰다. 기존 자동주문전송시스템 개발은 코스콤을 비롯한 관계 금융 공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져 왔으나 민간기업으로는 키움증권이 처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3월 엄주성 대표 취임 이후 ATS 관련 테스크포스(TF)를 만들고 자체적인 SOR 솔루션 구축에 돌입했다.
실제 키움증권은 지난 한해 전산운용비로만 1059억원을 투입하는 등 IT시스템에 경쟁사 대비 가장 많은 돈을 들였다. 일반 개인투자 고객 거래에서 얻어지는 브로커리지가 회사의 압도적인 사업영역을 차지하는 만큼 ATS 출범에서도 전사적인 준비에 나선 것이다. 현재 키움증권은 해당 사업에 적어도 30명의 인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ATS 관련 기술 내재화와 고객 요구사항에 답하는 신속한 대응체계 마련에 전념하고 있다"라며 "시스템이 도입되는 대로 원활하고 만족스러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달라지는 제도에 대응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인공지능(AI)·IT·디지털 분야 인재 채용 공고를 올렸다. 채용분야는 AI, 트레이딩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인프라 등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전산관리비로 키움증권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045억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IT인력 확대가 곧 대체거래소 대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관련 인력이나 재원 투입이 있을 수 있다"라며 "실제 최근 증권업계가 새로 추진하는 사업들의 경우 IT 역량이 중요한 사업들이 대부분이고 잇단 IT인재 영입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