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모든 유형에서 증권업계 평균 수익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리금 보장형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인 만큼 '안정성은 은행, 수익성은 비은행'이라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권을 불문하고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장기수익률 부진은 개선 과제입니다.
17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내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1년 평균 퇴직연금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 상품의 경우 확정급여형(DB) 4.07%, 확정기여형(DC) 3.73%, 개인형 퇴직연금(IRP) 3.54%입니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DB형 8.16%, DC형 13.60%, IRP 12.96%입니다.
특히 원리금 보장형의 경우 4대 은행 수익률은 증권업계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증권사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DB형 4.14%, DC형 4.32%, 개인형 IRP 4.35%를 기록했습니다. 시중은행 원리금 보장 DB형 상품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하나은행(4.11%)과 비교해도 증권사 평균 수익률이 더 높습니다. 개별 회사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전체 유형 모두 KB증권입니다. DB형 4.70% DC형 5.25%, 개인형 IRP 5.88%를 기록했습니다. 수익률이 가장 낮은 곳은 DB형 유안타증권 3.78%, DC형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 2.9%, 개인형 IRP 삼성증권 2.7%입니다.
은행권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낮은 것은 타 업권에 비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은행권 퇴직연금 고객의 성향과 업종적인 차이가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사업자가 직접 운용하기보다는 운용 지시를 받아 투자하게 되기 때문에 고객의 성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경우 큰 차이는 아니지만 증권이나 보험 등 타 업권이 은행보다 여수신금리가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은행들은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높은 수익률을 주로 내세웁니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하나은행 DC형 14.83%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하나증권(15.15%)과
현대해상(001450) (31,600원 0원 0.00%)(15.53%)을 제외하고는 증권·보험업권 전체 개별 회사 수익률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평균으로 계산해도 4대 시중은행의 DC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 수익률(13.60%)은 증권업권 평균(11.86%)보다 높았습니다.
4대 은행의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중 DB형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8.18%, 개인형 IRP는 12.96%입니다. 증권사 평균 수익률은 각각 DB형 8.26%, 개인형 IRP 12.56%인데요. DB형을 제외한 모든 유형에서 시중은행이 더 높습니다. 은행권의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수익률이 타 업권보다 높아진 이유로는 해외 주식·채권 편입 등 공격적인 포트폴리오 확충이 꼽힙니다. 증권사 퇴직연금부서의 한 관계자는 "비보장형에 대한 손실 감수 성향이 공격적인 고객이 증권사에 더 많다 보니 결과적으로 비보장형 상품의 수익이 은행보다 더 낮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장기수익률 물가 상승 못 미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5년 또는 10년 장기수익률 평균을 보면 증권사 수익률이 은행권보다 더 높습니다. 4대 은행 5년 평균 수익률은 DB형 2.05%, DC형 2.10%, 개인형 IRP 1.78%입니다. 증권사 평균은 DB형 2.24%, DC형 2.39%, 개인형 IRP 2.03%입니다. 10년 수익률은 4대 은행의 경우 DB형 1.87%, DC형 2.08% 개인형 IRP 1.67%입니다. 증권업계 평균은 DB형 2.10%, DC형 2.16% 개인형 IRP 1.73%입니다.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평균 장기수익률을 보면 4대 은행 DB형 상품이 5년 평균 수익률은 3.17%로 증권사 2.87%보다 높습니다. DC형 상품 또한 4대 은행 4.04%, 증권사 4.01%로 은행권이 더 높습니다. 개인형 IRP 수익률은 은행이 3.88%로 증권사가 4.14%로 증권사의 수익률이 더 높았습니다. 10년 기준 장기수익률은 시중은행 DB형 2.68%, DC형 2.66%, 개인형 IRP 2.32%, 증권사 DB형 2.54%, DC형 2.59%, 개인형 IRP 2.32%를 기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퇴직연금 특성 상 장기 수익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5년·10년 수익률은 2%대,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장기 수익률도 5년 기준 최대 4% 초반대에 불과합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3.73%에 이르렀던 것을 고려해 볼 때 지금의 장기 수익률로는 원금 보전이나 손실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과 낮은 연금화가 지속되면 퇴직 소득 안정화라는 제도의 기본 취지가 악화할 수 있다"며 "적어도 임금 상승률에 상응하는 투자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연금화 비율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한편, 퇴직연금은 크게 DB형, DC형, 개인형 IRP로 나뉩니다. DB형은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되며, 근로자 개인이 아니라 기업이 적립금을 관리합니다. DC형은 기업 부담금이 확정돼 있어 매년 연금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의 퇴직연금 계좌에 입금해 줘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형식입니다. 개인형 IRP는 근로자가 직접 계좌를 개설한 후 적립금을 납부하고 운용하는 퇴직연금입니다. 원리금 보장 상품은 퇴직연금을 은행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에,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주식, 펀드, 채권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합니다.
시중은행 원리금 보장 퇴직연금 수익률이 증권사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이복현 금감원장(왼쪽)이 퇴직연금제도 역할강화를 위한 퇴직연금사업자 간담회에 참여한 모습(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