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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지배구조 점검)①대표가 의장 겸직…이사회 독립 ‘요원’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국내 증권사들의 이사회 독립성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당수 증권사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어 이사회의 경영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요. 일부 증권사에선 셀프 인사, 대학동기 선임 등이 이뤄지면서 이사회 독립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집니다.
 
증권사 대표이사 10곳 중 6곳 이사회 의장 겸직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표이사(CEO)가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는 증권사는 주요 28개사 중 16개사로 절반이 넘는 57%로 나타났습니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003540) (14,210원 ▲30원 +0.21%), 한화투자증권(003530) (3,195원 ▲35원 +1.10%), 신영증권(001720) (59,000원 ▼400원 -0.68%), 현대차증권(001500) (8,650원 0원 0.00%),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001200) (3,645원 ▼90원 -2.47%), LS(006260) (83,400원 ▼2,900원 -3.48%)증권, 부국증권(001270) (21,700원 ▲150원 +0.69%), 유화증권(003460) (2,385원 ▼10원 -0.42%), 한양증권(001750) (9,650원 ▲10원 +0.10%), 리딩투자증권, 상상인증권(001290) (770원 ▼1원 -0.13%) 등이 해당합니다. 
 
 
이는 일반 상장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입니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액 1조원 이상 비금융 상장사 267개사의 66%가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고, 사외이사가 의장인 경우는 34%에 그쳤습니다.
 
또한 글로벌 추세와도 역행하는 모습입니다. 선진국 주식시장과 국제 경제기구들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는 추세입니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영국, 싱가포르, 인도 등은 지난 2015년에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권고했고,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이스라엘은 의무적으로 시행했습니다. 2019년 기준 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 권고·의무 국가는 25개국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직이 이해상충 리스크를 높이고 사외이사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표이사가 의장까지 맡으면 이러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라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실질적인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 선임 등을 통해 이사회의 경영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문제는 증권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상장기업 전반에 걸친 현상"이라면서 "우리나라는 대주주가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는 해외 기업들의 전문 경영인 체제와는 다른 양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외이사 '거수기' 전락할 수밖에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김상태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더욱이 선임사외이사인 박희우 이사는 김 사장과 대학 동기로 사외이사의 독립성마저 의심받고 있습니다. 신한증권 이사회는 그동안 의안에 대해 100% 찬성 의견을 내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한국투자증권에선 김남구 회장이 스스로 임원 후보 추천위 위원이 돼 셀프인사로 사내이사를 연임하고, 이사회를 통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KB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도 대표이사가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이사회의 독립성 훼손과 내부통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교보증권의 경우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지만, 모회사 출신인 이중효 전 교보생명 대표가 의장을 맡고 있어 실질적인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들 증권사는 이사회 진행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고려해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반박합니다. 현행 지배구조 규정대로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선임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일부 증권사에서는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넘겼습니다. 2022년 4월 라덕연 사태 이후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사퇴하면서 이군희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게 됐습니다. 2003년 이래 김 전 회장이 맡아왔던 이사회 의장직을 사외이사가 맡아 주목받았습니다.
 
이상한 법조항...금감원도 문제인식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의 이상한 예외조항으로 인해 증권사들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원칙적으로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두도록 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사내이사도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제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 13조 1항에 따르면 이사회는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해야 합니다. 다만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으며, 그 사유를 공시하고, 별도의 선임사외이사를 정해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러한 예외조항이 오히려 규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경영진의 전횡을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합니다. 사외이사 의무 규정과 예외조항 간의 충돌로 인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측도 해당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나, 회사마다 사정이 달라 법적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회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긴 하나, 현행법상으로는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더라도 공시와 사외이사 선임 등의 절차를 통해 견제 기능을 유지할 순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의 네 번째 일정으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