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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5일 17:2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대형사는 흑자 기조가 이어진 반면, 중소형사는 상반기 증시 회복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실적이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탓이다. 부동산금융을 통해 투자금융(IB) 역량을 키워왔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중소증권사 현황을 점검하고 위험성과 회복 가능성을 진단해 미래를 가늠코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BNK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반짝 흑자전환을 2분기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사업장 건전성 분류 기준 강화에 따른 충당금 적립 때문이다. 부동산 금융은 2019년 이후 BNK투자증권의 성장동력이었다. 하지만 고금리 환경에선 실적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있다. 이에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란 임무를 받은 신명호 신임 대표는 전통 투자금융(IB)을 해법으로 실적 회복을 모색 중이다.
흑자전환 석달 만에 또 적자
25일 BNK금융그룹에 따르면 BNK투자증권은 올 2분기 당기순손실 74억원 기록했다. 지난 1분기 3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2분기 적자전환된 30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적자 폭이 커진 것으로 올 상반기 순이익도 72억원에 그쳤다.
(사진=BNK투자증권)
BNK투자증권의 적자 전환은 금융당국의 부동산 사업장 건전성 분류 기준 강화에 따른 충당금 적립 때문이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양호·보통·악화 우려’ 3단계에서 ‘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 4단계로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부실 우려 사업장 대출액에 대해서는 75%까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기존 ‘악화 우려’ 사업장에 대해 20~30%를 충당금 적립한다는 기준에서 크게 상향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BNK투자증권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조7314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46.5%에 달했다. 부동산 익스포저는 자기자본 대비 57%로 부동산금융 중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은 94%, PF 중 중·후순위 비중은 8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BNK투자증권은 지난 2분기 414억원 규모 충당금을 적립했다. 올해 1분기 적립한 311억원에 이은 것으로 BNK투자증권의 상반기 충당금은 725억원을 기록해 작년 전체 487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BNK투자증권의 성장동력 역할을 해왔던 부동산금융이 크게 침체된 상황이다”라며 “현재 전통 IB부문을 비롯한 사업 다각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동산PF 사업성 평가와 부실PF 정리 등에 따른 시장 변동성으로 당분간 실적 회복 지연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부동산금융 중심서 전통IB로 포트폴리오 전환
BNK투자증권의 건전성 지표 악화는 김병영 전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취임 이후 진행한 부동산금융 중심 사업 확대 여파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11월 취임 이후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한 IB 확대에 나섰다. 2그룹 1본부체제였던 IB조직에 1부와 2부로 나눠진 부동산투자본부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2019년 당시 4420억원에 불과했던 BNK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2022년 1조64억원으로 증가했고. IB부문 점유율은 2018년 0.7%에서 2022년 9월 기준 3.1%로 증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2022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그로 인한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반전됐다. BNK의 실적을 이끌었던 부동산 금융이 오히려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BNK투자증권)
신 대표 취임 이후 BNK투자증권은 부채자본시장(DCM)에서 오랜만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1월 HL D&I의 회사채 발행에서 공동 대표 주관사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HL D&I 회사채 인수, BNK금융지주와 키움증권 등 금융사 회사채 발행에서도 인수사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BNK투자증권은 지난 2016년 이후 회사채 주관은 전무했다. 가끔 부산을 기반으로 한 롯데그룹의 일부 계열사의 인수 물량을 인수하긴 했다. 하지만 회사채 주관인수 영역을 일반 개별 기업 회사채 발행에 참여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주식자본시장(ECM)에선 기업공개(IPO) 부문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지난 5월 BNK투자증권은 IT 솔루션 업체 씨씨미디어서비스의 IPO를 공동 주관했다. 이어 7월에는 ICT 전문기업 유큐브의 대표 주관사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수도권 공동주택 익스포저 회복 기대감
BNK투자증권이 전통IB에 힘을 쏟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역설적으로 부동산 경기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IB를 확대해도 부동산 익스포저가 여전한 상황이라 충당금 적립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BNK투자증권의 부동산 익스포저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공동주택 비중이 높은 점은 고무적이다.
올 상반기 BNK투자증권의 주요 부동산 매입확약 내역을 살펴보면 BNK투자증권이 산출한 약정금액은 총 6232억원으로 이 중 2218억원이 서울과 수도권 공동주택이나 오피스다. 다소 위험성이 낮다고 평가받는 수도권 물류창고 익스포저가 606억원, 지방 광역시권 공동주택 익스포저는 848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중순위와 후순위 비율이 높지만 분양시장 회복 시 추가적인 충당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행히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과 더불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의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지역 8월 입주·분양권 거래량은 135건으로 7월 90건 대비 50% 증가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