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삼성증권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올해 수임한 IPO 건수는 3분기까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는데요. 메가존클라우드, 리벨리온 등 대형 딜을 잇달아 맡으면서 내년 가파른 성장이 기대됩니다.
상위사 못지 않은 주관 계약 건수
3분기 주요 증권사별 IPO 상장 건수. (그래픽=뉴스토마토)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해 6건의 IPO를 주선하면서 다른 증권사들과 IPO 주관사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 중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11건의 IPO를 주선해 가장 많았고, 이어 △NH투자증권(9건) △KB증권(7건) △미래에셋증권(7건) △하나증권(7건)이 삼성증권에 앞서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삼성증권은 자산관리(WM)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는데, 최근 기업금융(IB) 분야 IPO 딜에도 이름을 올리는 모습입니다.
올해는 순위권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이지만, 삼성증권의 IPO 실적은 내년 이후 더욱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회사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3분기까지 약 50여 건의 상장 주관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는 설명입니다. 통상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과 같은 대형사가 한 해 70건 정도의 상장 주관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중 1년에 15~20건 정도가 상장으로 이어집니다.
연말까지 시간이 남은 것을 감안해 추가적으로 딜을 따낸다면, 삼성증권도 대형사에 못지 않은 건수의 딜을 수임할 전망입니다. 통상 주관 계약을 맺고 공모에 진입하기까지 최소 1년, 평균 2~3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삼성증권의 주관 실적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증권가 IPO 리그테이블 순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대형 딜도 잇달아 따내면서 내년 정도면 상위권에 무리없이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IPO 전담 부서인 주식발행시장(ECM)팀을 기존 3개에서 4개로 늘렸는데 이같은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IPO 부서의 전체 인원을 늘리지는 않았습니다. 팀당 15여 명씩이던 팀원을 현재는 각 팀별로 11여 명으로 재배치했습니다.
특히 조 단위의 대형사와 IPO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성과가 돋보입니다. ECM1~4팀은 올해 각각 디엔솔루션즈, 포인투테크놀로지, 리벨리온, 비바리퍼블리카 등과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ECM팀을 신설하면서 조직원들이 더욱 경쟁하며 적극적인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한 IT기업 주관 경쟁 PT에서는 삼성증권 담당자들이 단체복을 입고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지만, 조단위 대어를 잡기 위한 분투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대형딜도 '속속'
삼성증권은 몸값이 5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메가존클라우드 IPO에도 한국투자증권, JP모간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메가존클라우드는 국내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자(MSP) 최초로 유니콘에 오른 기업인데요. 올해 3분기부터 상장 절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2년 내에 상장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삼성증권은 지난 9월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뷰티기업 비나우의 IPO 주관 경쟁에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을 제치고 단독 딜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비나우는 지난해 매출이 1145억원으로 전년(592억원)보다 약 93% 늘었는데요. K뷰티 인기에 힘입어 고속성장하고 있는 대어로 꼽힙니다.
지난 7월 2조원 안팎의 몸값이 예상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IPO에서 대표 주관사를 맡게된 것도 눈길을 끕니다. 리벨리온 IPO 경쟁에는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가 적극 경쟁에 나섰는데요. 최종적으로 삼성증권이 상장 파트너가 됐습니다. 이같은 성과에 IPO업계 사이에서도 삼성증권의 약진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주관 계약을 따낸 기업이 실제 상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는 남은 과제입니다. IPO 주관 계약에서는 건수 뿐만 아니라 인수 금액이 순위를 결정짓기 때문에 대형딜 주관 여부가 중요한데요. 다른 IPO업계 관계자는 "주관계약 숫자보다는 규모와 질이 중요한데, 케이뱅크 사례를 보더라도 실제 상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면서도 "3분기까지 50여건의 딜이면 1, 2위 증권사에 못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리테일이 강한 증권사다보니 리테일-IB 연계영업이 강점"이라며 "거액자산가들의 기업이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할 때 당사 IB와의 연계를 통해 고객사에 솔루션을 제시하는 점 등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증권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IPO 주관 계약을 따내면서 내년 이후 성장세가 기대된다. 사진은 삼성증권 본사. (사진=삼성증권)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