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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현대차증권, 시총 규모 유상증자…생존 위한 고육지책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16: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현대차증권(001500) (8,650원 0원 0.00%)이 시가총액과 맞먹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회사 측 공식 입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을 위한 자본 확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기자본 규모가 뒤처지는 데다 주력사업인 퇴직연금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총 규모와 맞멎는 2000억원 유상증자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는 유상증자로 배정받는 신주 물량을 전량 소화하기로 했다. 앞서 현대차증권이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사진=현대차증권)
 
앞서 지난 26일 현대차증권은 장 종료 이후 신주 3012만482주를 6640원에 발행해 2000억원 규모 자금조달에 나선다고 공시했다. 기존 발행 주식 3171만2562주의 무려 95%에 해당하는 액수다. 공시 다음 날인 27일 주가는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을 우려로 전날 대비 13.07% 하락해 1년 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을 위한 자본 확충이라고 설명했다. 조달된 2000억원 중 1000억원은 시스템 인프라를 위해 투입되며 나머지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과 기업어음증권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주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모기업 현대차가 1조원대 자사주 매입을 통한 밸류업을 추진한 것과는 반대되는 행보라는 것이다. 이어 자본 확충을 위해 모기업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정관개정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발행가능 최대치는 1937만7645주다. 해당 물량을 대주주인 현대차가 인수하면 현대차증권 지분율은 25.43%(806만5595주)에서 47.2%(2744만3240주)로 높아진다.
 
이 경우 현대차증권이 현대차의 종속기업으로 편입될 우려가 있다. 이는 현대차의 연결기준 회계에서 현대차증권의 순익과 채무가 현대차에 반영되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대규모 유증, 생존 위한 고육지책
 
시가총액의 95%에 육박하는 유상증자를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지만 현대차증권도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그 이유다.
 
실제 올 3분기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3000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경쟁 증권사와의 격차는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 기준 순위는 23위로 5년 전 16위 보다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주력인 퇴직연금에서도 경쟁 증권사에 쫓기는 형국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6조8082억원이다. 지난해 16조422억원 대비 7660억원이 늘었지만 3위와의 격차는 급격하게 좁혀졌다. 같은 기간 업계 3위인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14조4822억원으로 전년 동기 11조7556억원 대비 2조7266억원 급증하면서 따라붙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상장지수펀드(ETF)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 도입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MY AI' 등 다양한 서비스 상품을 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개인형 퇴직연금(IRP) 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증권도 이번 퇴직연금 현물 이전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대비에 나섰다. 주력인 확정기여형(DC) 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확정급여형(DB)으로 쌓아온 퇴직연금 시장 인지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 도입을 기회 삼아 부진했던 확정기여형(DC)을 중심으로 비계열사 고객 유치에도 나서기로 했다. 
 
플랫폼 투자로 경쟁력 강화
 
현대차증권이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주로 ‘차세대 원장 시스템’ 구축에 쓸 계획이다. 현대차증권은 시스템 구축으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퇴직연금 시스템, 고객 정보 관리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현대차증권은 차세대 원장시스템을 갖추면 플랫폼 속도와 정확성이 향상되고, 고객 정보를 활용할 능력도 커져 리테일과 운용 등 전 사업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차세대 원장 시스템 도입은 퇴직연금과 MTS, HTS 등 거래 플랫폼의 근간"이라며 "이를 통해 리테일과 홀세일, 운용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대형사들도 최근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구축을 위한 비용 투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전산운영비는 현대차증권의 연간 역대 최대 순이익 1177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3분기 증권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37620) (20,500원 ▼150원 -0.73%)키움증권(039490)은 지난 3분기까지 각각 전산운영비로 921억원, 918억원을 투입했다. 뒤를 이어 삼성증권(016360)도 833억원,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526억원, 407억원의 비용을 전산운영에 투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현대차증권이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간 현대차증권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뤄왔지만 최근 퇴직연금 시장이 실물이전 제도 도입으로 급변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라며 "무리하면서 자금을 마련하는 만큼 현대차증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