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패션업계 '미다스의 손' 김창수
F&F(383220) (83,300원 ▼1,200원 -1.44%)(에프앤에프) 회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본업인 패션 실적 마저 '어닝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인데요. 증권가에서는 F&F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실적 눈높이를 낮추고 있습니다. 본업의 부진을 뒤로 하고 김 회장은 자회사 F&F엔터를 통한 다국적 걸그룹 '유니스' 데뷔를 강행합니다. '유니스'를 만들었던 100억원대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진한 시청률과 화제성은 흥행 우려를 키우는 요소로 거론됩니다.
(좌)김창수 F&F 대표이사 (우) 최재우 F&F엔터 대표. 사진=F&F
'어닝쇼크' F&F, 증권가 목표가 하향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F&F의 작년 4분기 매출은 5832억1800만원, 영업이익은 14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 증가와 8.2% 감소를 나타냈습니다. DB금융투자는 해당 영업이익에 대해 시장예상치를 13% 하회한 어닝쇼크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DB금융투자를 비롯해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10,540원 ▼50원 -0.47%), SK증권,
대신증권(003540) (14,210원 ▲30원 +0.21%),
신영증권(001720) (59,000원 ▼400원 -0.68%),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3,915원 ▼115원 -2.93%),
키움증권(039490) (94,000원 ▲200원 +0.21%),
유진투자증권(001200) (3,645원 ▼90원 -2.47%) 등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박현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한국 실적이 부진하고, 중국 성장률이 둔화되다보니 주가도 연일 저점을 확인 중"이라며 "주가는 악재를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판단, 투자의견 매수는 유지하지만, 의미있는 주가 추세 반등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 첫 연식장을 기록하면서 MLB 성장 둔화 본격화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며 "4분기 부진한 실적 흐름은 올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 방송 캡처
패션 실적 둔화···반전 키는 '엔터'?
패션 시장의 실적 둔화 우려에도 F&F는 본업에서 반전할 카드를 찾는 대신 엔터를 선택했습니다. F&F엔터가 지난 7일 ‘유니스’ 보도자료를 공식 배포하면서 K팝 시장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인데요. ‘유니스’ 공식 데뷔는 올 상반기로 예정됐습니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을 통해 선발한 '유니스'는 오디션을 통한 멤버 구성부터 데뷔까지 채 6개월이 걸리지 않는 초스피드로 진행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오래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데뷔하는 그룹은 들어 본 적 없다
”며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고 말했습니다
. 비슷한 과정을 통해 데뷔한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
(I.O.I)’가 있었습니다
. 엠넷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했지만 엔터 전문 기업
CJ ENM(035760) (74,100원 ▼900원 -1.21%) 을 통해 소속과 매니지먼트 음원 유통 등이 분리돼 관리됐습니다
. ‘유니스
’를 관리하게 될 신생
F&F엔터의 전략과는 맥락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30년 이상 업력을 보유한 국내 4대 메이저 엔터 회사도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이상 기획과 트레이닝 등 자체 메이킹 시스템을 통해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킵니다. ‘유니스’는 이 과정을 불과 몇 개월로 단축했습니다. 한해 국내 가요 시장에 쏟아지는 걸그룹은 통상 300팀 정도입니다. 정식 데뷔를 했지만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되지 않는 팀까지 포함하면 400팀이 넘는다고 합니다. 데뷔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성공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니버스 티켓’은 작년 11월18일 첫 방송이 됐고 마지막 방송이 1월17일이었습니다. 시청률은 0%대에 그쳤습니다. 초스피드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 화제성마저 전무했습니다.
흥행 참패 오디션 시청률과 성급한 데뷔 우려에도 F&F엔터 측은 데뷔 강행을 진행 중입니다. F&F측은 “선발된 멤버 뿐만 아니라 참여 도전자들 모두 각자의 나라에서 최고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타깃으로 출범한 프로젝트였던 만큼 시청률로만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패션기업 F&F를 이끄는 김창수 회장과 F&F엔터 최재우 대표는 F&F의 중국과 홍콩 시장 유통망을 통해 ‘유니스’의 글로벌 확장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F&F 메인 매출 동력인 패션 부문에서 영업이익 감소로 인한 '어닝쇼크'까지 이어졌습니다. ‘유니스’ 유통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다양성이 단점될 수도
초스피드 데뷔는 ‘유니스’ 멤버 구성 장점이던 ‘다양성’도 단점으로 전환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멤버는 한국 일본 필리핀 국적 소녀 8명으로,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멤버부터 20대까지 연령 분포도가 퍼져 있습니다. 비슷한 연령대 한국 멤버로만 구성된 걸그룹도 내부에서 여러 잡음이 있기 마련인데 다양한 국적과 나이대의 멤버가 데뷔하는 만큼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습생 기간을 제외하면 멤버 구성부터 실제 데뷔까지 적어도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만약 데뷔 멤버 구성을 오디션 선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면 프로그램 방송 기간은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니스
’와 같은 방식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그룹
‘니쥬
’는 총
4년의 시간을 투자해 그룹에 대한 완성도를 높여 일본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니쥬’는
JYP Ent.(035900) (92,900원 0원 0.00%)와 글로벌 음악 회사 소니뮤직엔터가 공동으로 기획해 선보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니쥬 프로젝트
’를 통해 데뷔한 그룹으로
, 프로그램 기획만
1년에 선발된 멤버들의 데뷔까지
3년의 시간을 투자한 거대 프로젝트였습니다
.
해당 관계자는 “‘니쥬’는 박진영이란 최고의 아티스트와 30년 노하우의 JYP엔터 시스템이 투입됐음에도 단계를 세분화시켜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유니버스 티켓’이 첫 방송됐던 작년 11월 17일 F&F 국내 시가총액은 3조3863억원 수준이었지만, 오디션이 흥행에 참패한 이후인 지난 2월 8일 장마감 기준 시가총액은 2조6814억원에 그쳤습니다. 단 3개월 만에 7000억원이 증발했습니다. ‘어닝쇼크’로 본업인 패션이 휘청거리는 사이 시총은 쪼그라들었습니다. 반면 부업인 엔터 사업을 성급하게 강행하는 F&F. ‘유니스’의 초스피드 데뷔를 바라보며 속이 타들어가는 건 주주들 마음뿐인 듯 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