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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3일 15: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올해 상반기에만 2000억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상환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HL D&I(014790) (2,040원 ▼30원 -1.47%) 한라(이하 HL디앤아이한라)가 최근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매우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주관사와의 총액인수 계약에 따라 자금조달은 계획대로 진행, 상환을 완료했지만 향후 만기가 속속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 HL디앤아이한라 본사.(사진=HL디앤아이한라)
수요예측서 ‘전량 미매각’…공모시장서 낭패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디앤아이한라는 지난 16일 모집을 시작한 제143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공모사채 1년물 700억원의 발행을 완료했다. 이로써 이날 만기가 예정돼 있던 71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도 마쳤다.
그러나 회사는 해당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쓴맛을 봤다. 지난 21일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매수주문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공모 희망금리로 연 7.50~8.50%을 제시했음에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지 못했다.
이로써 HL디앤아이한라는 이달에만 121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을 완료했다. 이달 8일에도 사모사채 500억원을 회사 보유 현금과 일부 사채 발행으로 상환했고, 이번 710억원 상환도 무사히 넘겼다. 다만, 회사채 공모 시장에서의 악화된 투심이 확인된 점은 최근 신용등급 ‘BBB’로 일컬어지는 중견건설사 자금조달 사정의 현주소를 여실히 나타냈다.
상반기 만기 회사채 1000억원…‘상환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은?
아울러 올 상반기 HL디앤아이한라의 회사채 만기일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는 3월 100억원을 시작으로 △4월 330억원 △5월 70억원 △6월 560억원 등 총 106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HL디앤아이한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상반기 회사채 만기에도 2월과 같이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차환을 통해 상환을 계획 중”이라며 “대주단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며, 월별 상환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연결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19억원, 단기금융상품은 339억원으로 1158억원의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 이달 초 현금을 일부 활용해 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상환한 것을 고려할 때, 현재 1000억원 미만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HL디앤아이한라의 보유 현금 규모를 고려하면 상환을 위해선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사업 진행을 위해 보유 현금을 전부 회사채 상환에만 사용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수요예측의 부진으로 공모채 발행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사모시장의 문을 두드리거나 최근 사례와 같이 총액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다만 모두 연 8%대 이상의 고금리는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78.4%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부채비율 265.2%) 이후 상승세를 기록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캐시(Cash)경영’ 본격화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지난 2022년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57호가 종속회사로 편입되면서 HL디앤아이한라의 재무부담이 확대됐다”라며 “종속회사 편입에 따른 절대적인 차입금 규모 증가는 재무안정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보유 투자부동산이 담보로 제공돼 있어 실질적인 상환 부담은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HL디앤아이한라는 지난해 매출 1조5729억원, 영업이익 507억원, 당기순이익 307억원을 기록하며 준수한 영업실적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말 채권평가기관인 한국자산평가의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375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22.6% 증가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