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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충당금 많은 증권사, 부동산 시장 개선 땐 실적 반전
[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충당금의 역설'이 현실화할지 주목됩니다. 일반적으로 충당금 적립은 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히는데요. 역설적이게도 충당금 적립이 많은 회사의 경우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대규모 환입이 이뤄지면 오히려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주요 증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작년에만 전년 대비 두배가 넘는 4조4400억원대의 충당금을 적립했습니다. 올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와 부동산 시장 분위기 반전을 타고 드라마틱한 '충당금 환입(미수금 회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증권사의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이어 올해에도 추가 적립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내달부터 금융당국이 부동산 부동산 PF 현장을 4단계로 좀더 세분화해 부실 우려 현장을 선별키로 했기 때문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은 증권업권에서만 2조원에 육박하는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충당금은 미회수 가능성이 높은 '외상값'에 대해 회사가 선제적으로 손실 처리를 하는 것을 일컫는데요. 사업을 진행하는 회사가 사업상 미수 가능성이 높은 채권(회수불능채권)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손실로 인식하는 회계 처리를 말합니다. 미래 이익에 대해 선제적으로 손실로 인식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금융사의 자산건전성 분류와 연결되는데요.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의 5단계 자산에 대한 건전성 여부를 판정해 충당금 설정 규모를 정하게 됩니다. 현행법상 대출채권 및 미수금에 대해 건전성 분류 결과에 따라 정상은 0.5%, 요주의는 1%, 고정은 20%, 회수의문 75%, 추정손실의 경우 100%의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부동산 PF 관련 여신을 보유한 증권사에 대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정 이하 여신에 대해 충당금을 쌓는 것과 더불어 요주의이하 자산에 대해서도 충당금 적립율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요주의이하 자산의 경우 일반적인 요구 수준인 1%대 이상인 7%대까지 선제적인 충당금을 적립한 증권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충당금 설정 규모가 커지면 증권사 실적에는 악영향을 미칩니다. 충당금은 예상 이익을 손실 처리하는 회계상 작업인 만큼 이익 감소는 불가피합니다. 순이익 감소는 배당금 감소 등 주주 환원에 필요한 자본 부족으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역설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이 펼쳐지면 드라마틱한 증권사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고금리 상황과 분양 침체, 공사비 인상 등으로 인해 부실 우려가 커진 PF 현장이 금리 완화와 분양 시장 개선, 공사비 정상화 등을 통해 반전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 부동산개발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시장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체됐던 PF 현장들이 올 하반기, 늦어도 연말 시점에 맞춰 분양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도 여전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는데요. 국내 금리 인하를 위해선 미국의 선제적 금리 인하가 필요합니다. CME그룹의 페드와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올해 연말까지 한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37.1%로 가장 높게 반영 중이며, 두 차례 인하 가능성도 35.4% 반영하고 있습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충당금 설정은 사실상 미래의 이익에 대한 부분을 현재 손실로 반영하는 만큼, 미래의 이익이 예정대로 실현된다면 현재 쌓아둔 충당금 규모 만큼 향후 이익 개선폭은 커지게 된다"면서 "증권사만 놓고 봤을때 역설적으로 자기자본대비 충당금 비중이 높은 증권사가 부동산 시장 분위기 반전에 따라 실적 개선폭이 커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작년 주요 증권사의 충당금 적립 규모 1위는 신한투자증권으로 나타났습니다.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순입니다. 하이투자증권은 소형사임에도 충당금 적립 규모가 1858억원으로 미래에셋증권(006800)(1851억원)보다 높았습니다. 키움증권(039490)의 경우 5700억원이 넘는 충당금 적립이 있었지만 부동산 PF 관련이 아닌 영풍제지 미수금 관련이었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