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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24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권 규모임에도 그에 걸맞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증시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국내 주식시장 취약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첫 관찰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2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발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고질적인 저평가 상태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인식이 그대로다. 정부가 제시한 세제 혜택도 입법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친 혁신기업들은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린다. K밸류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법이 될지 의문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과 현황부터 밸류업 프로그램 전략, 기대효과 등을 총체적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일부 국내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선제적으로 선언하면서 주주가치 제고에 중지를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밸류업’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는 등 참여 의지가 크지 않은 실정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 그리고 주주가치 제고를 고려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국내 시장에 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착한다면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국 자본시장으로 쏠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메리츠금융지주 본사.(사진=뉴시스)
메리츠금융지주·콜마홀딩스, ‘자사주 소각’으로 밸류업 박차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중장기 청사진을 내놓은
메리츠금융지주(138040) (58,000원 0원 0.00%)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달 4일 이사회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의결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실행안을 공시한 것은 은행지주를 포함, 상장 금융지주 가운데 최초의 사례다.
메리츠금융지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 지표는 ‘총주주수익률(TSR)’이고, 중기 실행지표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배당 규모를 합한 ‘주주환원율’이다. 회사는 핵심지표 최대화를 위해 △내부투자수익률 △자사주 매입 수익률 △현금배당 수익률 등 세 가지 수익률을 비교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최적의 자본배치 방법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2023~2025 회계연도(중기) 3개년 간 연결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하기로 결정했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오는 2026 회계연도부터는 3가지 수익률 간 순위에 따라 자본배치·주주환원 규모와 내용을 결정하는 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유지할 계획이다.
199억8814만원 규모 자사주 소각에 따라 콜마홀딩스의 누적 자사주 소각 비율은 7월 현재 9.93%에 달한다. 이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메리츠금융지주(10.09%)와도 비견될 만한 수준이다. 콜마홀딩스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378만1291주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해 왔다. 소각액만 818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지난달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공시를 통해 주요 재무·비재무지표를 분석하고, 3년 중장기 목표를 수립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이미 비경상이익을 제외한 당기순이익 50% 이상을 환원키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7월 현재 66.7% 수준인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을 86.7%까지 끌어올려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아직은 미비한 참가율…정부 ‘인센티브’ 실효성 주목
이달 기준 밸류업 예고 공시·본 공시를 실행한 상장사는 총 9곳에 불과하다. 특히 9개사(社) 가운데 4곳이 금융사로 산업계 참여율은 여전히 저조하다는 평가다. 또한 실제로 본 공시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안을 제출한 기업도 키움증권과 에프엔가이드,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등 4곳에 그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인센티브로 꼽히는 ‘세제 혜택’을 부랴부랴 공개하고 있다. 이달 초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 기업이 배당·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에 환원한 금액을 직전 3년 대비 5% 초과해 늘린 경우 3년간 초과분에 대한 법인세를 한시적으로 5% 세액 공제할 방침이다.
지난 2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뉴시스)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는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제 폐지도 담길 전망이다. 일명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속세 계산 과정에서 할증하는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에 따라 주가가 상승하면 오히려 기업의 상속세 부담이 커져 경영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영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독려를 위한 인센티브안의 실효성에는 여전한 의문점이 남는다는 평가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할증평가 폐지는 기업의 부담을 없앤 것이 아닌, 최대주주의 부담을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할증평가를 없앤다면 미국 등 다른 국가들처럼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100% 가치 평가를 하는 편이 더욱 합리적”이라며 “이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의 손바뀜이 활발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주식가치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두산그룹과 한화그룹, SK그룹 등 계열사 정리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재계가 주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두산그룹의
두산밥캣(241560) (42,950원 ▼350원 -0.81%) 상장폐지 계획, 한화그룹의 한화에너지 공개매수 계획, SK그룹의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 합병 논의 등은 해당 기업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이 같은 주요 그룹들의 지배구조 작업은 최근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남고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태동기’를 지나 시장에 안착한다면 글로벌 자금의 한국 투자시장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기업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노력과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가 함께 시너지를 내야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강준환 SG증권 대표는 지난 5월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중국경제 둔화 등으로 상대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국가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