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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13일 16: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주요 증권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부쩍 늘었다. 최근 회사채 금리가 낮아진 덕분이다. 오랜 고금리시대가 지나고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지만 한편으로는 현금지출 압박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리파이낸싱 나선 키움증권, KB증권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키움증권(039490) (94,000원 ▲200원 +0.21%)은 각각 최대 3000억원,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오는 26일 KB증권은 2년물 3년물 회사채 발행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으로,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키움증권도 오는 28일 총 1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2년물과 3년물로 나누어 모집한다. 흥행할 경우 3000억원까지 발행금액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KB증권, 키움증권)
앞서 KB증권과 키움증권은 지난 상반기에 대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KB증권은 올 1월과 4월에 각각 8000억원, 4000억원, 키움증권은 지난 4월 3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통상 KB증권은 1년에 2번, 키움증권의 경우 1번 정도 회사채를 발행한다. 올 들어 추가 발행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급격하게 낮아진 회사채 금리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내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금리는 미국과 한국 금융당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2일 기준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금리는 연 3.421%로 마감했다. 지난해 11월3일 기록한 4.789% 대비 1.368%p 낮다. 올해 증권업계 회사채 발행이 마무리되던 4월30일 기록한 3.995%보다도 0.574%p 하락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001500) (8,650원 0원 0.00%)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채권 발행시장에서도 BBB등급까지 발행 호조세가 이어졌다”라며 “8월 들어 계절적인 요인으로 회사채 발행이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채권 투자에 대한 투자 강도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채권발행에 나서는 기업이 잇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금 지출 전방위 '압박'
낮아진 금리에 하반기 KB증권과 키움증권 외에도 회사채 발행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자금 조달 만큼 증권업계를 향한 현금 압박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거론되는 증권업계 이슈는 정부 주도의 밸류업 정책과 선제적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다. 실제 최근 금융당국은 증권업계를 비롯한 금융업계에 밸류업 강화를 연이어 주문했다. 관치금융이라 불릴 정도로 금융당국 입김이 강한 한국 자본시장에선 정부의 요청 자체가 부담인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열린 증권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3일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자본시장 선진화 및 증권업계의 발전방안을 논의하고자 간담회가 열렸다. 표면적으로는 금융투자소득세를 비롯한 금융업계 전반의 주제가 논의된다고 했지만 이날도 역시 이 원장은 선제적인 부동산 리스크 관리와 밸류업 정책 동참을 요청했다.
이후 실제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밸류업 정책 동참 행보가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7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1000만주 매입·소각에 나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1000만주 자사주 소각에 이어 두 번째로 이번 소각 규모는 금액으로 따지면 12일 종가 기준으로 794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11월7일까지 3개월간 장내 주식시장에서 매수한 뒤 소각할 예정이다.
한편 부동산 충당금 적립도 이어졌다. 하나증권은 올 상반기에도 부동산 PF 충당금으로 480억원을 쌓았다. 지난해에도 이미 1051억원을 적립했다.
중소형사의 경우 충당금 적립으로 순손실을 기록한 증권사도 있었다. 아이엠증권(iM증권)은 지난 상반기 18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2분기에만 1509억원으로 오는 9월 실시 예정인 부동산 사업장 재평가에 앞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4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랜만에 찾아온 리파이낸싱 기회에도 증권업계는 환하게 웃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낮아진 금리 덕분에 한층 부담을 덜고 리파이낸싱으로 사업 실탄 마련을 할 수 있는 시기지만 지금 상황에선 장담할 수 없다”라며 “현금이 마련되는 대로 투입해야 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