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최근 증권사의 지배구조(G) 문제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주요 리스크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지배구조와 오너리스크는 주주와 투자자들의 손실을 유발할 가능성이 큰 만큼 개선이 시급합니다.
지배구조 D등급 상상인증권, 업계 유일
26일 한국ESG기준원(KC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7개 주요 증권사 중
상상인증권(001290) (770원 ▼1원 -0.13%)은 지배구조 부문에서 유일하게 D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뒤 이어 C등급에는
부국증권(001270) (21,700원 ▲150원 +0.69%),
유화증권(003460) (2,385원 ▼10원 -0.42%),
코리아에셋투자증권(190650) (5,790원 ▼80원 -1.38%),
한양증권(001750) (9,650원 ▲10원 +0.10%) 등이 속해있고, B등급에는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
유안타증권(003470) (2,650원 ▼10원 -0.38%),
키움증권(039490) (94,000원 ▲200원 +0.21%), 한국투자증권 등이 위치했습니다.
반면
NH투자증권(005940) (10,540원 ▼50원 -0.47%)과 신한투자증권, KB증권은 지배구조 부문에서 A등급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특히 이사회의 투명성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 평가 항목이 90여 개 있는데, 이 중 50개 이상 항목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상상인증권은 코리아에셋투자증권과 함께 ESG 경영에서도 매우 취약한 D등급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한국ESG기준원에선 금융회사에 한해 상장사의 경우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이 세가지 모두 평가 등급을 매기고, 비상장사의 경우 G 부문만 등급을 공지하고 있습니다.
상상인증권 관계자는 "ESG기준원 평가 항목 체계가 대형사 위주로 돼있다보니 평가 항목 상당 부분을 반영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내부적으로 이사회 구성 및 위원회 신설 등 지배구조 내부규범 제도적 정비를 하고 있어서 올해는 등급 상향을 기대한다"고 해명했습니다.
G 부문에서 D등급을 받은 기업은 시장에서 지배구조 개선에 실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신뢰도와 주주가치 및 시장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기업의 ESG 기준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은 한국ESG기준원의 평가를 주요 참고 자료로 사용하고 있어, 등급이 낮은 증권사들은 국민연금의 위탁매매 계약이나 해당 증권사 주식에 대한 투자에서 배제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ESG 등급이 낮은 기업은 점점 더 많은 투자자와 시장에서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증권사들이 빠르게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ESG 평가가 낮을 경우, 특히 기관 투자자들이 책임 투자 활동을 수행할 때 해당 증권사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인해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ESG 채권 발행과 같은 지속 가능 금융상품에 있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도 등급이 낮을 경우, 증권사들의 채권 발행 및 주관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SG 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한다고 수익이 반드시 높다는 보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면서 "녹색채권의 발행을 검토할 때 기업의 ESG 등급이 종합적으로 평가되며 등급이 낮을 경우 발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SG 채권 주관사들은 대부분 대형사이기 때문에 중소형사인 상상인증권과 유화증권 등은 등급이 높아도 주관사로 선정되기 어렵다"면서도 "평판리스크로 인한 리테일 부문에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너리스크, 경영 불확실성 키워
낮은 G 평가에는 오너리스크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상상인증권의 경우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계열 저축은행과 증권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 회장은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화증권 또한 윤경립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으며, 통정매매로 인해 시장 질서를 왜곡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기업의 신뢰도에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한양증권의 경우는 한양학원의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서 KCGI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매각 절차가 투명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특혜 논란이 일고 있으며, 파킹딜(Parking deal)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파킹딜은 경영권을 잠시 인수자에게 맡겼다가 되사오는 방식으로, 이러한 의혹은 증권사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한 한양증권의 고액 기부금이 최대주주인 한양학원에 납부되는 구조로 인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되고 대주주에게 과도한 혜택이 주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국ESG기준원 측은 "글로벌 공시체계 수준이 강화되면서 국내 ESG 평가 기준도 높아졌다“면서 ”증권사들이 ESG 경영체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중장기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무진 중심의 단기적 개선만으로는 ESG 경영체계를 고도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