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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포트폴리오를 통한 금융지주 간 리딩금융 경쟁이 치열하다. 비교적 자산 규모가 큰 증권사와 보험사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시스템 개발까지 계열사 내에서 자체 생태계를 꾸려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IB토마토>는 인수·합병(M&A)으로 계열사 빈자리를 메우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등 두뇌 싸움이 한창인 금융지주의 자회사 운용 현황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 비은행 자회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은행 쏠림 현상을 소폭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사 대비 비은행 자회사 규모가 여전히 작아 해결해야 될 숙제로 꼽힌다. 이에 하나금융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자회사 강화 전략을 추진한다는 포부다.
하나금융지주(사진=하나금융)
은행 쏠림 현상 전년 대비 해소
1일 회사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자회사 당기순익 합은 1조871억원이다. 전년 동기 1조1674억원 대비 7.4% 감소한 규모다. 반면 은행을 포함하지 않은 비은행 자회사 당기순익의 합은 2412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31억9900만원에서 19.9% 증가했다. 은행 실적 대비 비은행 실적이 감소한 다른 지주와는 판이한 양상이다.
하나은행 실적이 지난해 1분기 대비 1283억원(15.2%) 감소했으나 하나카드를 비롯해 하나증권과 하나벤처스가 실적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큰 규모로 증가한 법인은 하나카드로 지난해 동기 대비 333억1900만원 증가했으며, 하나증권이 70억9100만원 증가, 하나생명이 흑자전환해 64억9400만원 순익을 내면서 연결 실적 증가에 보탬이 됐다.
하나카드는 여행 서비스인 트래블로그가 잭팟을 터뜨리면서 실적 퀀텀점프에 성공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연초 직접적인 언급을 할 만큼 지주 내 힘을 받고 있는 사업부문이다.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하나머니 사업부를 트래블로그부로 부서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에 1월부터 5월까지 하나카드의 해외체크카드 이용실적은 1조원을 넘어서면서 2분기에도 호실적 분위기를 타고 있다.
눈에 띄는 증가율을 보인 자회사는 하나벤처스다. 하나벤처스는 지난 2018년 출범한 벤처캐피탈 법인이다. 지난해 1분기 하나벤처스는 2억5500만원의 당기순익을 내는 데 그쳤으나 올해 92.1%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모수가 작은 영향도 있으나 실적 규모 자체가 29억6600만원 증가해 자회사 중 다섯 번째로 큰 폭으로 실적이 뛰었다. 하나벤처스의 총자산이 1205억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눈에 띈다.
한편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가 없으나, 완전 자회사 편입을 진행하는 법인도 있다. 하나금융은 하나F&I도 완전자회사 편입을 추진한다. 지난해 말 약 15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실행했다. 하나F&I는 설립 연도 대비 성장 속도가 빨라 NPL투자업계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하나금융지주 비은행 실적이 증가하면서 은행 쏠림 현상도 일부 해소했다. 지난해 1분기 하나은행의 당기실적이 자회사 실적 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3.5%에서 지난해 말 93.3%까지 치솟았다. 비은행 자회사 법인이 지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불과했다. 지난해 하나증권이 2889억원이 넘는 규모의 적자를 내면서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들어 증권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은행 실적이 감소하자 은행 비중은 83.5%까지 하락했다.
비은행 규모는 여전히 작아
하나금융지주가 증권사와 카드사, 생보사의 실적 개선으로 비은행 법인의 성장을 이뤘으나 규모면에서는 여전히 1위와 2위 지주를 따라가기에는 벅차다.
우리금융지주(316140) (12,940원 0원 0.00%)는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어 리딩금융권에 비해 실적 규모가 비교적 작다. 반면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하나증권과 하나생명보험, 하나손해보험이 모두 있음에도
KB금융(105560)과
신한지주(055550) 대비 실적 덩치가 작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7491억2800만원, 신한지주는 4918억2100만원이 비은행 자회사에서 나온 것과는 차이가 크다.
특히 지난해 말 대비 쏠림 현상을 개선했다지만 여전히 타 지주 대비 은행 실적 비중이 높다. 비은행 자회사의 이익 체력 강화가 하나금융의 과제인 이유다. 1분기 KB금융 비은행 자회사 실적 비중은 65.8%를 기록했다. 홍콩H지수 ELS 관련 비용이 국민은행의 당기순익을 감소시킨 것을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분기에도 KB금융 비은행 자회사 비중은 41.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한지주도 34.5%의 실적을 비은행 자회사에서 얻었다.
이는 하나금융에서 실적 개선을 보인 비은행 자회사가 있는 반면 악화를 막지 못한 법인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캐피탈과 신탁사는 각각 40억원 넘는 규모로 실적이 악화됐다.
하나캐피탈은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의 영향이며, 하나자산신탁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탁영업이 위축돼 관련 수수료가 감소한 탓이다. 캐피탈사와 신탁사의 실적은 부동산과 금리 등 시장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경기가 좋아지기 전까지는 실적 반등도 어렵다는 뜻이다.
이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각 자회사의 업권 내 1위를 중점에 두고 자회사 청사진을 세웠다. 하나은행의 연간 리딩뱅크 수성에 이어 비은행 부문에 대한 지속적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인수합병(M&A)를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는 아직 소식이 없다. 하나금융은 비교적 열위한 보험사 순익을 올리기 위해 M&A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시선이 강했다. 특히 이제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 다자계열 생명보험사가 강력한 인수 후보로 점쳐졌으나, 아직 새 식구를 맞이할 계획은 없다.
우리금융이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에서 차례로 성과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이며, 단순 규모 경쟁을 통한 M&A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익성이 부진한 회사에 대한 금융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없다. 수익성이 악화되면 자본이 감소해 건전성이 하락하게 돼 자본력 강화를 위해 모회사가 유상증자 등의 방법을 통해 금융지원을 실시한다. 다만 하나금융은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자회사의 사업 및 재무 상태와 지주사의 효율적 자원 배분 등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부동산 PF와 고금리 등 영향으로 비은행 계열사에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었으나, 일정 수준의 자체 이익 체력과 회복탄력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라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내실 경영을 통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