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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지속가능보고서, 기준은 없고 자화자찬만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공시하고 있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통일된 기준이 없어 회사별 성과 측정이나 비교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화자찬식 성과만 강조하고 있어 공시 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입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지난 2021년부터 지속가능금융을 위한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한 후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탄소 배출량을 비롯한 친환경 활동과 사회적 활동, 지배구조 등을 공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친환경 금융 실적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등 탈탄소 성과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회사별로 감축 성과를 홍보하고 있지만, 산정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제대로 된 성과 측정이나 비교가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탄소배출 산정 시점 제각각
 
(그래픽=뉴스토마토)
탄소중립 실적은 금융기관 내부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내부 배출량)과 투자한 포트폴리오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량(금융 배출량)으로 나뉩니다. 특히 금융업 특성상 내부 배출량에 비해 금융 배출량이 최대 700배 많기 때문에 금융 배출량 공시가 중요합니다. 
 
지난해 기준 각사별 보고서를 보면 우리금융지주(316140) (12,940원 0원 0.00%)가 이산화탄소 5817만톤CO2eq(이산화탄소 환산 톤)을 배출했습니다. 4대 지주사 중 최고치입니다.  이어 신한지주(055550) (37,050원 ▼100원 -0.27%)(신한금융지주) 5006만톤, 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 4922만톤, 하나금융지주(086790) (41,650원 ▼450원 -1.08%) 2379만톤 순입니다. 그런데 KB금융의 경우 2022년 기준으로 집계한 금융 배출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회사별 집계 시기가 다르다 보니 기간별 비교가 어렵습니다.
 
회사별로 공시 항목과 기준이 달 자산규모 대비 탄소 배출량도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각 금융지주의 금융 배출량 측정 대상 자산규모는 하나금융 304조원, 우리금융 251조원, 신한금융 251조원, KB금융 195조원(2022년 기준)입니다. 자산군 변화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탄소 집약도(단위 금액 당 탄소 배출량)를 공시해야 공신력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KB금융은 개별 자산군별 집약도 계산 시 기업금융은 매출액, 발전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발전량, 부동산은 면적당 집약도를 계산하는 등 다소 다른 기준으로 집약도를 계산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은 전체 금융 배출량 원화 단위 집약도는 공시하지만 개별 자산군별 집약도는 공시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 또한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국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기준인 GHG프로토콜에 따라 금융 배출량을 측정하고 검증 받았다는 사실을 보고서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금융 배출량에 대한 검증 의견서를 명시하지 않고 내부 배출량에 대한 검증만 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이 내거는 탄소중립 실천 계획도 두루뭉술합니다. 저마다 2040~2050년에 걸쳐 내외부 탄소 배출량을 '제로화'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지주사들은 에너지 효율 확대와 넷제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을 설명하기 보다는 각종 친환경 이니셔티브 획득과 인증 결과 등을 알리는 것으로 보고서 내용을 채웠습니다. 
 
장밋빛 전망만 가득
 
보고서 내용을 보기 쉽도록 축약한 'ESG하이라이트' 페이지도 장밋빛 전망만 가득합니다. 한 지주사의 하이라이트 페이지에는 2030년까지 금융배출량 27%를 감축하고 내부 탄소 배출량을 42% 감축하겠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실제로 내부 배출량은 전년보다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보충 설명이 빠져 있습니다. 다른 지주사의 경우에도 탄소 배출 감축에 '진심'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금융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있습니다. 
 
각사별 공시 기준이 제각각인 이유는 현재 기후 공시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6년 이후 기후 공시를 의무화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2025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기후공시 의무화 시점을 1년 연기한 바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내년부터 ESG 전 영역에 대한 기업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공개하도록 의무화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난 4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기준위원회(KSSB)가 ESG공시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하면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는 원칙을 담기는 했습니다. 다만 금융 배출량 공시 의무화 시기는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탄소 배출량 국제 측정 기준(GHG프로토콜)을 적용하는 것도 기업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겼습니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그룹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후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하고 있지만 적극적인 감축 노력은 찾기 어렵고 데이터 역시 체계적이지 못한 실정"이라면서 "더욱 체계적이고 강제성 있는 공시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4대 금융지주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시되는 친환경 활동에 명확한 공통 기준이 없다보니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