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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ESG 점검)②'불가근불가원' 노사관계 딜레마
 
[뉴스토마토 이종용·민경연 기자] 은행권 노사 관계는 사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진과 노조는 평소에는 화기애애하다가도 노사 쟁점에 맞닥뜨리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날을 세우기 마련입니다. 특히 임금과 고용 문제 등 첨예한 이해관계와 부닥치게 되면 더욱 불꽃을 튕기게 됩니다. 불필요하게 가까워지거나 멀어질 경우에도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은행권 노사는 매년 산별 임금협상을, 격년으로 산별 단체협약 개정 교섭을 벌인다. 지난 10일 금융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조가 3차 산별교섭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금융노조)
 
은행 노사 '불편한 동거' 
 
노조는 내부의 불합리한 직원 처우 문제를 외부에 공개적으로 알리면서 은행을 난처하게 하거나 경영진 인선 때마다 외부적으로 찬성 또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곳입니다. 은행 노무 담당 입장에서는 기업 내 노사관계에 대해 외부인이 알지 못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우호적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기도 합니다.
 
은행별 노조도 조직 규모와 역사에 따라 성격이 나뉘는데, 강성 또는 연성으로 분류됩니다. 연성 또는 어용이라는 의미는 회사 입장에서는 경영진과 파트너십이 두텁다는 호평이 나오는 반면 노조원들로부터 '노동자보다는 회사 입장에 선다'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최근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 위원장이 당선 무효 처리가 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자인 하나은행 지부장이 노사 합의에 따라 은행 지부 분회장에게 지급했는데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은행들이 쪼개고 합쳐지면서 지금의 시중은행 체제로 재편이 됐습니다. 2008년 금융지주 그룹 체제가 출범하면서 은행 노조의 색깔은 금융지주사 역사와 같이합니다. 단순화하기는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지주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 인사가 외풍에 휘둘리는 부침을 겪어온 금융지주사는 노조가 강한 색을 띠게 마련입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은행권 노조에서도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곳입니다. 10만 조합원을 보유한 금융노조 지부 중에서도 최대 조직입니다. 총파업을 주도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과거 정권 교체기 때마다 민간 금융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 회장 인선은 외풍에 흔들렸고 노조는 끊임없이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은행권 노조 가운데 강성으로 불리는 곳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월 KB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파업 선포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우리금융지주(316140) (12,940원 0원 0.00%)의 우리은행 노조는 내부 경영진과 노조의 관계가 우호적인 편입니다. 완전 민영화가 되기 전까지 정부 관리를 받아온 만큼 시중은행 중 국책은행 색깔을 띠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내부 출신의 승진에 대한 열망을 노사가 같이 해왔습니다. 현재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우리금융 지분 9%가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금융 조직 내에서 영향력을 고려하면 단순히 노사 관계와는 차별성이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입니다.
 
지주사 체제 출범 이후 내부 출신 CEO 선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37,050원 ▼100원 -0.27%))의 신한은행 노조도 '어용' 성격이 강하다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타 은행에 비해 임금 체계가 성과주의가 많이 반영돼 있다 보니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총파업 참여에도 참여율이 0%대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노조 정치화 우려 계속
 
시중은행들은 과거 노조위원장 출신 인물들을 임원에 중용하면서 노조와의 우호적 분위기를 유지해 오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은행이 합치고 쪼개는 과정에 탄생하다보니 통합 이후 노사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합니다. 과거 국민은행은 주택은행 노조위원장을 지낸 인사를,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을 부행장으로 발탁했었습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의 전 노조위원장을 은행장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노조의 정치화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시중은행의 노조위원장에서 금융노조 집행부를 거친 후 상위 조직인 한국노총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궁극적으로 국회의원 자리를 노리는 케이스입니다. 이번 22대 국회에는 금융노조 제27대 위원장 출신 박홍배 민주당 의원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제2·3대 위원장 출신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있습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과거 은행들은 노조위원장 출신을 요직의 임원으로 기용하는 등 내부적으로 자리를 챙겨주면서 노사 화합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며 "그런 관행이 없어지면서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이 정치권으로 입성하기 위해 줄을 대거나 내부 이슈를 정치화하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