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앞두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시중은행들의 장외 경쟁이 치열합니다. 특히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이들 은행은 인터넷은행의 일반 재무투자자로 머물지 않고 자금 조달부터 사업 구상까지 함께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인뱅 컨소시엄 참여 러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두고 경쟁에 돌입한 컨소시엄은 KCD뱅크와 더존뱅크, 유뱅크, 소소뱅크 등 4곳입니다. KCD뱅크는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이끄는 컨소시엄으로 지난 11일 우리카드가 카드사 최초로 제4 인뱅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KCD뱅크 컨소시엄은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
우리금융지주(316140) (12,940원 0원 0.00%) 계열사 두 곳이 참여 의사를 공식화한 상태입니다.
신한은행은 전사적관리차원(ERP) 전문기업인 더존비즈온이 구성 중인 컨소시엄에 투자를 검토 중입니다. NH농협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컨소시엄 참여 계획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대거 구성되면서 경쟁의 판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시중은행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은 이례적이진 않습니다. 은행 설립을 위한 자본력 확보는 인가전의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데요.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더존뱅크와 KCD뱅크를 유력한 제4 인터넷은행 후보로 보고 있습니다. 시중은행의 자본력과 동시에 은행 경영 노하우도 갖췄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한은행 컨소시엄 완주 관건
이번 제4 인터넷은행 경쟁의 주요 포인트는 신한은행의 완주 여부입니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가운데 인터넷은행 지분 투자를 하지 않은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합니다.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 (37,050원 ▼100원 -0.27%))가 지난 2019년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제3인터넷은행 투자에 나섰지만, 토스의 운영사와 지분 배분 등에 이견이 발생하면서 참여를 포기한 바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아직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습니다. 과거 컨소시엄에서 막판 불참한 사례가 있다 보니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이 나기 전이라 확정적으로 밝히지 못한다"며 "(인터넷은행 투자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정도로 알아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더존비즈온과 신한은행은 협의체를 구성하고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관련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한은행은 일반적인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자금 조달 계획부터 사업계획 구상까지 함께하는 모양새입니다. 두 회사는 과거부터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더존비즈온 지분 1.97%를 취득하고 업무협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중소기업 특화 금융 플랫폼 구축을 위한 합작법인(JC) '더존테크핀'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대형 은행 가운데 신한은행만 인터넷은행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매력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겨루는 신한은행이 빠져있다는 점은 사입 인가 측면에서 매력적인 요소"라며 "더존뱅크 측에서도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KCD-우리은행' 다크호스 부상
우리은행의 경우 증권사, 보험사 인수 외에도 제4 인터넷은행 설립에도 도전장도 내밀었습니다. 우리은행의 인터넷은행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우리은행은 현재 케이뱅크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합니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는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에서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데요. KCD뱅크 컨소시엄에 두 계열사가 동반 참여한 것도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모은 덕분입니다. 우리은행이 은행업 이해도와 자본력을 든든히 뒷받침 해주는 상황에서 우리카드가 데이터 경쟁력을 높여주는 구도가 갖춰진 셈입니다.
금융당국이 제4 인터넷은행 모델로 '소상공인 정책 강화'를 강조하는 것은 소상공인 특화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KCD뱅크에 유리한 부분입니다. KCD는 130만 소상공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며, 이미 국내 유수의 금융사와 인터넷은행에 관련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김동호 KCD대표는 우리은행의 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규모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금융 차원에서 소상공인 금융 확대를 추진하는 전략과 맞아 떨어지면서 인터넷은행 협력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탄생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옥동자'로 표현할 만큼 귀하게 생각했다"며 "우리금융 차원에서 이번 인가 사업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올 하반기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