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권 내부통제 사고가 끊이지 않은 가운데 금융지주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적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사회는 지배구조(G)의 핵심인데요. 금융권은 당국의 압박에 못 이겨 이사회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형식적 요건을 지키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형식적 요건은 '우수'
ESG기준원에서는 A등급 이상을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충실히 갖추고 있으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상당히 적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평가 기준을 보면 금융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사회, 주주권 보호, 최고경영자, 보수, 위험관리, 감사기구 및 내부통제, 정보공개 등 평가항목을 세분화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사회의 ESG 경영 정착 노력과 내부통제기구 독립성 제고 등 영역에서 지배구조 관행이 고르게 개선됐다고 평가받아야 등급 상승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평가 지표에서는 이사회의 구성과 운영, 임원의 선임 등 절차적 요건을 갖춘 것을 우선순위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이사회 구성과 임원 선임 등에 대한 물리적 절차는 갖추고 있습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지주 이사진의 과반 이상은 사외이사로 두고 있습니다.
임원의 선임도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담당하는데요. 임추위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 임원(사외이사, 대표이사, 대표집행임원, 감사위원에 한정) 후보를 추천하는 기능을 하는 위원회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다양성 여전히 외면
이사회의 물리적 구성은 요건을 맞추고 있지만 이사회 다양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사 지배구조에 있어 이사회 다양성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반영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합니다. 사외이사가 특정 성별로 편중될 경우 편향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무입니다.
국내 ESG 평가기관도 이사회 내 여성 임원 여부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업 ESG를 평가하는 기관들은 실제 지배구조 평가 요소에 이사회 내 여성 임원 여부 등을 명시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질적 측면을 보면 금융권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말 당국은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며 이사회 구성에 관한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금융권 사외이사가 특정 직군에 몰렸고 여성 비중이 낮은 점을 문제로 보고 이사회 역량 구성표를 작성해 다양성을 강조했는데요. 결국 금융지주사들은 남성 사외이사 수를 줄이기보다 여성 사외이사 수를 기계적으로 늘려 성별을 맞췄다는 지적입니다.
'모범관행' 따라 개편 속도
이사회 구성 변화의 또 다른 키워드인 '학계 중심의 구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업계 실무 경력이 없는 탓에 경영진 감시·견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권에서는 사외이사진의 개편 및 변화가 내년 주주총회를 기점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지난 상반기 이사회 구성 및 평가, 경영진 견제 등 이사회 전반의 혁신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모범 관행’와 이를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금융당국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여기에는 여성 사외이사진 비중과 군 다양성 확보, 두 자릿수 이상의 이사진 구성 등 당국의 핵심 권고안에 대한 금융사의 대응 방안이 담겨 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사 경영실태평가에 당국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반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당국이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통해 이사회가 독립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전보다 직접적으로 규범화하겠다는 취지로 안다"며 "내년 지주사 전반의 이사진 변화도 이러한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회장단들이 김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