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저축은행업권의 대외신뢰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도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커졌습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금융지주사 산하의 저축은행들은 모회사의 후광에 힘입어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데요. 부동산 관련 대출 자산이 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줄줄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신용등급 '부정적' 평가 이어져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 계열사인 KB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습니다. 기업대출에서 부동산 PF 대출을 중심으로 건전성 지표가 빠른 속도로 저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KB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 2022년 말 2.0%에서 올해 상반기 46.8%로 큰 폭 상승했습니다.
앞서 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는 NH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는데요. 부동산 PF 관련 대출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NH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55%로 지난해 동기 2.6% 대비 4.5배 증가했습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금융 건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은행의 총여신 중 회수에 문제가 생긴 여신 보유 수준을 나타내는데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자산이 많은 저축은행입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일제히 급증했습니다.
신한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75%입니다. 지난해 동기 3.02% 대비 2.5배 증가했습니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올해 상반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9.54%인데, 지난해 동기 2.76% 대비 3.5배 증가했습니다. 하나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98%로 세 곳 중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해 동기 4.86% 대비 2.5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연체율도 상승세입니다. 신한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연체율은 5.38%입니다. 지난해 동기 3.52%에서 1.5배 늘었습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같은 기간 1.5배 오른 5.74%입니다. 하나저축은행의 상반기 연체율도 7.63%인데요. 1년 전에 비해 1.6배 올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은 지난 2022년 말 대비 감소하고 있지만, 건설·부동산업 대출비중은 여전히 높다"며 "유사시 금융지주의 지원이 가능해 자본적정성은 우수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건전성 관리 부담이 크기 때문에 지주계열 저축은행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반기 대손부담 더 커질 듯
금융지주계열이 아닌 저축은행의 신뢰도는 이미 악화일로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예가람저축은행의 등급을 'BBB+'로 유지하고 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증가와 부실 사업장 매각 과정에서 대손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6일 'BBB-(부정적)'이었던 신용등급이 공시 취소돼 등급 미 보유사가 됐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페퍼저축은행의 요청에 따른 등급 취소라고 밝혔는데요. 투기등급인 'BB+'까지 한 계단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부담을 느낀 페퍼저축은행이 자진 등급 취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에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국내 저축은행 30여 곳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신용도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축은행업권이 올해 상반기 380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다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 1조6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저축은행업권 간담회에서 "부실 우려 등급 사업장은 6개월 내 경·공매 등을 통해 조속히 정리하는 등 재구조화·정리 계획 이행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손실 가능성에 대비한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확충에도 신경 써달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국내 3대 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에서 신용등급을 받은 국내 저축은행 30여 곳 중 절반 이상이 올해 들어 신용도가 떨어졌다.(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