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대출 급증 주범으로 지목한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데요. 은행권에 이어 보험사들도 40년·50년 만기 주담대 취급 중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주담대 연령 제한을 적용하고 있고 판매량도 적어 가계부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국의 제동에 상품 출시와 취급 계획에 차질을 빚는 모습입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질 경우 보험업계는 주담대 만기 축소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업계 계자는 "금융당국이 주담대 만기를 줄이라고 메시지를 보낸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조치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경우 40·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을 계획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하려던 보험사들은 이번 금감원의 주담대 CPC에 따라 계획을 전면 취소했습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금감원에서 보험사의 50년 만기 주담대도 집중 겨냥하면서 포기했다"며 "내부적으로는 출시 검토를 늦게 한 것이 다행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담대 만기 축소에 대한 언급이 없더라도, 연령을 더 낮추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면 사실상 주담대를 취급하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며 "주택 매수층은 대부분 30대 중반인데 이보다 하향한다면 주담대 수요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생명·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주담대 취급 현황 파악에 나섰습니다. 주담대 만기를 구분하고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 계획 여부와 연령 제한 계획 등 최근 금융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제출 요구도 포함됐습니다. 보험사들은 상품 변경계획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초장기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는 보험사 관계자는 "이미 보험사들은 만 34세 이하 차주에게만 주담대를 실시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우선은 만기를 줄이거나 추가적으로 연령제한을 둘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습니다.
억제 효과와는 별개로 보험업계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옵니다. 주담대 잔액이 늘고 있는 것에 보험사의 영향은 크지 않을 뿐더러, 금융당국의 조치로 소비자 선택권이 축소됐다는 이유에섭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담대 만기를 50년까지 늘린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었다"며 "전체 주담대 잔액 중 보험업권의 비중은 크지 않은데 보험사 주담대까지 문제 삼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보험사 부동산 담보대출 채권 규모는 95조8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78조4380억원이었던 작년 말에 비해 16조5400억원 증가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같은 기간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798조8000억원에서 2조원 늘어난 800조8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5대 은행이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2조8800억원으로, 전월말에 비해 2조200억원 넘게 증가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보험사 50년 만기 주담대도 축소될 전망입니다.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