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한화생명이 보험업계 최초로 출시한 상생금융 상품 판매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업비를 제외하면 실질 금리가 4%대인데요. 은행 정기예금과 별 차이가 없는 데다 비과세 혜택도 없습니다. 상생금융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실이 25일
한화생명(088350) (2,670원 ▼10원 -0.37%)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화생명 2030 목돈 마련 디딤돌 저축보험'은 9월 한 달 동안 361건 판매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8월21일 출시 이후 열흘 동안 판매량은 97건에 불과했습니다. 8월과 9월 총 판매량은 458건으로, 하루 10여건 밖에 판매되지 않은 것입니다.
한화생명은 9월 중순부터 해당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대면채널에서만 판매하던 것을 온라인 채널로 확대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많이 늘어나지 못한 실정입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상생금융 우수사례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디딤돌 저축보험은 보험업계 상생금융 1호로 지난 8월 출시됐습니다. 한화생명은 "결혼, 출산, 경제적 자립 등을 고민하는 2030세대 청년들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습니다. 총 급여액 7000만원 이하, 종합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인 만 19세부터 39세 대상 청년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월 보험료는 10만원부터 50만원까지 가능하고, 추가 납입을 통해 매월 최대 75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습니다.
한화생명이 현재 판매하고 있는 다른 저축보험과도 비교해보면 더욱 초라한 실적입니다. '한화생명 e저축보험'은 올해 1월 443건, 2월에는 1514건 판매된 이후 꾸준히 200~300건 가량의 판매가 연중 이어지고 있습니다. 월 평균 424건이 판매되고 있는 것입니다.
디딤돌 저축보험 판매 부진의 이유로는 매력이 떨어지는 이자율이 꼽히고 있습니다. 디딤돌 저축보험은 5년 동안 연 5%의 확정금리를 제공하며, 보험 기간 중 결혼하면 0.5%, 자녀 1인 출산 시 0.5%, 추가로 자녀 1인 출산 시 1% 등 최대 2%의 보너스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5년을 모으면 만기 시점 환급률은 110%입니다.
하지만 사업비를 제외하면 실질 금리는 4%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축보험은 특성상 사업비와 재해·사망 보험료 등으로 환급금에서 차감되는 금액이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사업비를 생각하면 금리가 높은 것 같지 않다", "5%가 상생인가" 라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비과세 혜택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2만~2만4000원의 정부기여금이 제공되고, 이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적용되지만 디딤돌 저축보험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다른 상품과 달리 디딤돌 저축보험은 연령대가 제한돼 있어 다른 저축상품과 판매량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화생명이 '디딤돌 저축보험'을 처음 공개한 7월13일 '상생친구 협약식'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상생협력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