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이효진 기자]
삼성생명(032830) (70,400원 ▲100원 +0.14%)이 지난 2020년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이후 석탄 자산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게을리 하면서 친환경적 이미지 마케팅에만 혈안된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입니다.
삼성생명 석탄금융 잔액 1.9조
한전은 전체 발전량의 절반가량을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석탄 발전기업입니다. 보험사들의 석탄 금융 투자는 한전채처럼 석탄 투자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019년부터 석탄프로젝트 금융에 대한 신규 약정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 금융 관계사들이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 위기의 선제 대응을 위한 탈석탄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석탄 화력 발전에 대한 직접적 투자·융자와 석탄 화력 발전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5년 간 삼성생명의 석탄 및 한전채 잔액을 보면 2019년 1조6355억원, 2020년 2조674억원, 2021년 2조1036억원으로, 계속 늘었습니다. 그러다 2022년 2조735억원, 2023년 1조9233억원으로 줄었지만 지난 2019년 대비 잔액보단 커진 상태입니다.
삼성생명과 함께 생보업계 '빅3'를 이루는 교보생명의 석탄 및 한전채 잔액을 보면 2021년 1조4852억원에서 2023년 1조370억원으로 30.2% 줄였습니다.
한화생명(088350) (2,670원 ▼10원 -0.37%)은 2021년 3조7064억원에서 2023년 3조2334억원으로 12.7% 줄였습니다. 흥국생명의 경우 2021년 탈석탄 선언 당시 1401억원에 달했던 한전채를 이듬해 모두 청산했습니다.
강득구 의원은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금을 움직이는 금융권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며 "보험사 등 금융사들은 탈석탄 선언에 그칠 게 아니라 친환경 투자 포트폴리오로 실제 투자처를 바꿔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익률 높은 고탄소 의존 여전
삼성생명은 지난 2020년 탈석탄 선언을 한 이후 2021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습니다. '2030 중장기 ESG 3대 전략'을 내놓으며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ESG 채권 등 친환경 금융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외에도 회사의 탄소 배출량 50% 감축, 종이 사용량도 60% 줄이기 등의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삼성생명은 올해 발표한 ESG 통합보고서를 통해서도 책임투자 정책, ESG 보험 언더라이팅(인수심사) 정책에 따라 석탄 채굴과 발전 업종 기업 중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과 비전통적 석유·가스 산업에 대해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수년간 삼성생명이 ESG 경영 일환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홍보했지만, 실제 자산 수치는 이러한 경영 철학과는 배치되고 있습니다. 석탄발전소 관련 보험 인수를 중단했다고 해도 기존 운영 보험은 청산하지 않고 유지하면서 실제 관련 자산을 더 늘린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인수보험 자산에 대한 감축 계획도 전무합니다. 석탄 관련 투자 자산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삼성생명 태국법인에 한해서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 태국법인의 유가증권 중 화석연료 투자 비중은 16%로 전년 대비 3%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태국법인의 화석연료 투자 자산을 단계적으로 매각해 2035년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2040년에는 전량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국법인의 화석연료 투자 자산 감축도 삼성생명의 노력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현재 태국 정부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부문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등 친환경·재생에너지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법인은 태국 현지 기업과의 합작법인으로 삼성생명의 지분이 약 49%로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유 하고 있는 화석연료 채권은 만기 연장을 하지 않고, 잔액도 지속적으로 축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생명은 기존 석탄 및 한전채 투자 자산 회수를 하지 않고 있어 지난 2019년 석탄프로젝트 금융 신규 투자를 중단했음에도 보유 투자 자산은 지난해 기준 오히려 늘어났다.(사진=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