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기업의 순자산가치보다 최대 90%나 저렴하게 거래되는 '초저PBR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과도한 저평가를 해소해주길 간절히 기대하고 있지만, 여야의 충돌로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PBR 0.2배 이하 종목현황.(사진=뉴스토마토)
순자산 100억 주식 20억에 거래
11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인 상장주식 중 주당순자산비율(PBR)이 0.2배 이하는 총 20종목으로 집계됩니다.
PBR이란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얼마나 저평가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PBR이 0.2배를 밑도는 종목은 초저PBR주로, 순자산 가치 대비 80% 할인된 주식인 셈입니다. 예컨대 순자산이 100억원인 회사의 주식이 시가로 20억원에 거래되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론 당장 이 회사를 청산해 순자산을 전부 환급한다면 투자자가 주식 매수액의 5배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들 종목은 대부분 제조업종에 속해 있으며, 유통주, 보험주, 증권주 등도 포함됐습니다. 유통주 중에서는
이마트(139480) (73,000원 ▼700원 -0.96%)·
롯데하이마트(071840) (10,420원 ▼50원 -0.48%)·
롯데쇼핑(023530) (77,100원 ▲200원 +0.26%)이, 보험주 중에서는
한화생명(088350) (2,670원 ▼10원 -0.37%), 증권주 중에서는
DB금융투자(016610) (3,880원 0원 0.00%)가 초저PBR주로 꼽혔습니다.
이들 중에는 하반기 실적이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신공영은 최근 주택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9건의 공사를 수주해 1조2282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이마트의 경우 티몬과 위메프의 파산 가능성이 대두되며 소매시장 내 경쟁이 완화돼 실적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DB금융투자는 상반기 실적에서 순이익이 86.8%나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였고, 하반기에도 PIB(PB+IB) 연계영업 등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택배물류회사로 유명한
한진(002320) (24,350원 ▼750원 -3.08%)은 성수기 효과와 스마트 메가허브 오픈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이 점쳐집니다.
다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들의 저평가에 대해 "PBR 수치만으로 해당 종목들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경기 둔화와 특정 업종의 업황, 기업 전망의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시장에서 소외된 영향도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저평가된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실적이 나오거나 전망치가 좋아야만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권고했습니다.
초저PBR주 투자는 큰 잠재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지만, 동시에 신중함을 요구하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정부의 정책 변화와 기업의 실적 개선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단 설명입니다.
야당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밸류업
초저PBR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증시 부양을 위해 기업가치를 높여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밸류업 정책 시행 이후 니케이지수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PBR이 낮은 상장사들에게 PBR을 개선하도록 요구하며, 이를 위해 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배당 우수 기업의 주주에게 분리과세로 배당소득세를 감면하고, 주주환원을 늘린 경우 증가분에 대해 5%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 법인세를 깎아줄 방침입니다. 또 밸류업에 적극 나선 기업에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고 최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할 때 적용되는 주식 할증평가 제도를 폐지할 계획입니다. 다음달엔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고 4분기 중에 이와 연계한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에 쌓아둔 자산은 많지만 주가는 낮은 이들이 밸류업 정책 시행에 맞춰 주주 환원을 늘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 저PBR주에 대한 관심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밸류업의 핵심 혜택인 세법 개정은 여야 간 의견 차이로 인해 국회 통과가 불확실합니다. 증권가에선 야당 측 동의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야당 동의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만 가능한 부분은 10% 남짓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세제 개편의 핵심적인 부분은 모두 상증세법, 조특법,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해 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특히 '부자감세' 논란이 있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50%→40%)에 대한 반대가 극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밸류업의 다른 의미로 상법 개정은 야당 측이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여당 측에선 재계를 의식해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세제 개편과 금투세 폐지는 야당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죠.
아울러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금투세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금투세 폐지를 관철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민주당이 유예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는 폐지가 선언될 때까지 계속해서 밀어붙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주식 투자자가 주식 거래 앱을 보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