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뛰어들었지만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금리는 여전히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주담대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요.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실히 안정 국면에 들어서야 대출금리가 시장금리를 따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주담대 금리, 시장금리 역행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가 주담대 금리를 일제히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교보생명은 주담대 금리 하단을 0.3~0.3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기존 e아파트론 4.20~5.26%, 일반담보대출 4.66~5.79%에서 각각 4.50%~5.21%, 5.01%~5.74%로 올린 건데요. 일반담보대출은 하단 5%대를 돌파했습니다.
한화생명은 이달 들어 '홈드림 모기지론' 금리 하단을 0.35~0.4%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지난달 기준금리는 3.92~5.46%였지만, 이달 들어 4.32~5.81%로 올랐습니다. 금리 하단은 4%대, 금리 상단은 5%대 후반까지 진입했습니다.
업계는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도 틀어막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의 경우 기존 집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새집을 사는 즉시 기존 집을 처분하는 조건에 대한 대출까지 막았습니다. 대출 신청 시점에서 완전한 무주택자만 삼성생명에서 주담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원금을 일정 기간 뒤부터 갚는 거치형 대출 취급도 중단했습니다.
한화생명은 주담대 '홈드림 모기지론' 지난달 5일 주담대 신청 접수를 조기 마감했습니다. 홈드림 모기지론 10월 물량이 첫 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모두 소진된 것입니다. 현재는 11월 실행 물량을 신청받고 있습니다. 다만 한화생명은 아직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를 막지는 않았습니다.
보험업계의 주담대 금리 인상은 시장금리 방향에도 역행하고 잇는데요.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 산정 기준인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지난 8월30일 연 2.955%에서 지난 4일 기준 연 2.824%로 하락했습니다.
보험업계 상위 3개 사 모두 주담대 금리를 높였다. 업계는 금리 인상뿐만 아니라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도 틀어막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아파트.(사진=뉴시스)
은행·보험 대출금리 '역전'
보험업계가 주담대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옥죄기에 나선 것은 은행권에서 밀려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은행권은 당국의 대출 관리 주문에 따라 지난 7~8월 사이 주담대 금리를 22차례나 올렸습니다. 일부 보험사는 시중은행과 대출금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
보험업계는 대출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주담대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가 커지며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 정책을 펴고 있는데, 보험사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대출 문턱을 높인 것입니다.
보험업계에선 주담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타진됩니다. 최근 은행권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부터 주담대 고정형 상품에 적용되던 우대금리 0.1%포인트를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주담대 변동형 상품은 0.2%포인트, 전세대출은 상품에 따라 0.1~0.45%포인트, 주담대 생활안정자금 상품은 0.1~0.2%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합니다.
국민은행도 같은 날부터 변동형·혼합형 주담대 금리 0.20%포인트, 전세자금대출 금리 0.15~0.25%포인트씩 올렸습니다. 신용대출 금리는 0.20%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부터 주담대 변동형 금리를 0.15~0.2%포인트, 고정형 금리를 0.2%포인트 올렸습니다. 하나은행도 이달 초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0.50%포인트 인상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가계 대출을 조이며 수요가 보험사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가계 부채가 안정되고 당국의 방침이 완화되면 시장금리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 방침이 이어지며 1금융권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도 주담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걸린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