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보험사와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이달 1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비롯해 신용대출, 불황형 대출까지 금융당국의 규제 사정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입니다. 2금융에서도 대출 금리를 올리거나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보험사로 몰린 주담대 수요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2000억원 늘며 전달보다 증가 폭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2금융권 중 새마을금고에서는 2000억원, 보험사는 4000억원이 늘며 같은 기간 대비 증가세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사의 가계대출잔액은 지난 6~7월 감소했지만 8월 3000억원, 9월 4000억원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과 관련해 더욱 강도높은 규제를 시사하면서 이미 보험사는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거나 신규 주담대를 중단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미 보험사들은 금리를 인상하거나 유주택자 주담대를 금지하는 등 일찌감치 가계대출 문턱을 높여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대출이 막히자 물량이 조기 소진되는 등 대출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생명(032830) (70,400원 ▲100원 +0.14%)은 지난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직전부터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는데요. 지난달부터는 아예 유주택자의 수도권 주담대를 중단했습니다. 1주택자가 새 주택을 사고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에도 대출을 막고, 원금을 일정 기간 동안 갚지 않는 거치형 대출도 중단했습니다.
한화생명(088350) (2,670원 ▼10원 -0.37%)도 지난달부터 금리를 올렸지만 매달 주담대 물량을 조기 소진했습니다. 지난달 고정형 금리를 3년형 0.4%포인트, 5년형 0.4% 포인트 올렸고 연동형 금리를 0.4%포인트 올린 것입니다. 이번 달에도 5년 고정형 금리 하단을 0.2%포인트 인상했지만 이미 주담대 물량은 내달까지 동 난 상황입니다.
교보생명도 이달부터 주담대 금리 하단을 0.3~0.35%포인트 올리며 5%대 금리로 올라섰습니다. 하나생명은 주담대 신청이 늘어나면서 대출심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예 신규 주담대 신청을 중단했습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원래 보험사의 주담대 잔액 비중은 적어 손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다만 가계대출 강화 기조에 따라 자체적으로 금리 인상 등으로 조절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2금융권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상호금융·저축은행 집단대출 급증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집단대출도 급증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2조1000억원, 상호금융은 9조원에 달합니다. 집단대출은 재건축·재개발·분양 등 정비사업장에서 이뤄지는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입니다. 개별 심사없이 일괄 승인으로 대출이 이뤄집니다.
그동안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아 수요가 적었지만,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수요가 옮겨갔습니다. 따라서 상호금융이 대단지 아파트 집단대출 기관에 선정되기도 한 상황인데요. 최근 서울강동농협이 둔촌주공 잔금대출 기관으로 선정된 것이 그 사례입니다.
지난달 새마을금고 가계대출에서도 위험 요인이 감지되고 있어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새마을금고의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지난 9월 전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집단대출 외에 개별 주담대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축은행의 경우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신용 하위 50% 이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민간중금리대출도 급증했습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가계대출에 눈을 돌리자, 민간중금리 대출이 급증한 것입니다. 민간중금리대출은 하반기 기준 금리 상한이 17.25%에 달합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저축은행업권의 민간중금리대출 잔액(사잇돌2 대출 제외)은 2조48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7%가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대출 건수도 15만3696건으로 73.8% 늘었습니다. 저축은행 79개사 중 민간중금리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현재 32개사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3일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생명·손해보험업계,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관계자를 소집해 풍선효과 방지를 위한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 계획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더라도 강화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대출 취급 규모가 급격하게 늘면 이를 들여다보고 효과적인 방안 공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중은행과 보험사가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자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집단대출이 급증했다. 사진은 저축은행 이미지. (사진=저축은행중앙회)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