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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참여에도 어두운 2금융 M&A 시장
 
[뉴스토마토 윤민영·이효진 기자] 우리금융지주(316140) (12,940원 0원 0.00%)가 동양생명과 ABL 생명 인수에 나섰지만 2금융권의 인수·합병(M&A) 전망은 어둡습니다. 여타 보험사와 카드사는 매각 희망가와 시장의 시각 간 괴리가 상당한 데다 저축은행은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압박으로 하반기에도 업황이 돌아서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KDB생명·MG손보 줄줄이 대기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앞서 지난달 26일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두 생보사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인수·합병의 첫 단계인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인수 의사를 철회한 이유는 롯데손보의 대주주인 JKL파트너스와 적정 인수가격을 조율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매각 가격을 최소 2조원대 중반에서 3조원대로 희망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손보의 자기자본(1조2562억원)과 미래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2조3262억원)을 합하면 3조5824억원이 되는데, 여기에 JKL파트너스의 지분율(77.04%)를 적용한 2조7598억원을 기준으로 몸값 3조원이 거론됐습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비은행 인수 자금 여력이 1조8000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과도한 가격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이 인수 가용 자금을 늘리지 않는 생보사 패키지를 인수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롯데손보의 몸값을 측정한 방식으로 계산하면 동양생명은 3조8630억원, ABL생명은 1조7680억원으로 총 5조6310억원에 달합니다.
 
우리금융이 인수에 가용할 수 있는 자금과 시장가격이 일치하는 곳은 ABL생명 한 곳뿐이지만, 우리금융의 생보업계 순위와 다자보험그룹의 매각 의지를 고려해도 인수 가격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자보험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매각한 후 한국 보험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의지가 있어 양측의 전략적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비구속적 양해각서는 말 그대로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가격 협상이 잘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금융이 생명보험사 패키지 인수에 나서면서 다른 보험사 인수 후보에서는 이탈한 상황입니다. 롯데손보의 경우는 우리금융이 빠진 채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가 본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다수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참여하면서 이전보다 매각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여전히 불안 요인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MG손보는 매각가가 2000억~3000억원대 수준이지만,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를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7000억~80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합니다.
 
공적자금 지원 가능성도 있지만, 원매자들이 본입찰에서 인수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정부 지원 자금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고려해 인수가를 제시하지 못하도록 본입찰이 진행되기 전에는 지원 규모를 공개할 수 없다"며 "인수전에 뛰어든 원매자들도 향후 산정되는 공적자금 액수에 따라 인수 향방도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강석훈 산업은행장이 '아픈 손가락'이라고 밝힌 KDB생명은 건전성 이슈에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최근 산업은행은 KDB생명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인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에 299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누적 1조5000억원가량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킥스 비율은 117.5%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한참 밑돌고 있어, 재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6일 동양생명·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인수·합병의 첫 단계인 비구속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사옥. (사진=각 사)
 
카드사·저축은행 M&A시장서 '소외'
 
카드사 매물로 꼽히는 롯데카드도 연내 매각이 불투명합니다. 롯데카드 지분 59.83%를 갖고 있는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의 매각가를 롯데손보와 비슷한 3조원대로 보고 있지만 시장에서 고평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2022년 하나금융이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매각가를 좁히지 못해 인수를 포기한 바 있습니다.
 
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농협금융지주도 한때 롯데카드 유력 매수 후보로 꼽혔지만 지금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부담이 높아지고 연체율 상승으로 충당금 압박도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권 포지션이나 고객 기반 등을 고려했을 때 시장에는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며 "카드사 매물이 얼마 없어 선택의 폭이 좁다 보니까 가격 고민이 커서 매각이 이뤄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촉발된 연체율 급등과 적자 실적이 겹치며 2금융권 중 상황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저축은행 79곳의 1분기 평균 연체율은 8.8%에 달하는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37곳이 두자릿수 연체율을 기록했습니다.
 
적자 규모도 급증했습니다.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페퍼·다올·신한·상상인·OSB저축은행 등 자산 순위 10개 저축은행도 1분기 362억원의 적자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전년 동기에 비해 8배 가랑 손실 규모가 커졌습니다.
 
금융권에서는 OSB저축은행, 한화저축은행, HB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민국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등이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지만 뚜렷하게 인수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저축은행 업계 여·수신 규모가 최근 1년간 10조원 이상 줄었고, PF 정상화 대책이 본격화하면서 부실채권 증가로 인한 충당금 압박도 커지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지금같이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매수하기는 어렵다"며 "수익성이 난다는 전제가 있어야 인수를 할 텐데 현재로선 선뜻 나서는 원매자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롯데카드의 최대 주주인 MBK 파트너스는 올해 하반기 안에 롯데카드를 매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3조원대 매각 희망가가 고평가라는 지적을 받는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롯데카드 사옥. (사진=롯데카드)
 
윤민영·이효진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