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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장, '역대 최대 실적'에도 연임 가시밭길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올 하반기 국내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줄줄이 만료되면서 인사태풍이 불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이 첫 적용되면서 통상적인 연임 시나리오를 내놓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임기 내 경영성과 뿐만 아니라 횡령·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문제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연임·교체 기로 선 은행장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국내 5대 은행장인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됩니다. 은행권에서는 조직쇄신을 꾀하는 일부 은행장 교체를 시작으로 연쇄적 인사태풍이 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들 은행장의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포인트인데요. 지난 2022년 1월 2년 임기로 취임한 뒤 지난해 말 1년의 임기를 추가로 부여(연임)받은 이재근 행장을 제외하면 모두 이번이 첫 임기입니다. 이승열 행장과 이석용 행장은 지난해 1월부터 임기를 시작했고, 전임 행장의 잔여임기를 승계받은 정상혁 행장과 조병규 행장은 각각 지난해 2월, 지난해 7월 취임했습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홍콩ELS 손실사태에 따른 충당금 이슈에도 상반기 영업이익을 약 14.9% 끌어올리는 등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직전의 허인 전 행장 등이 3연임한 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임기를 수행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닙다. 다만 일각선 이번 인선이 양종희 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두 번째 인사라는 점을 주목할 만한 포인트로 꼽기도 합니다.
 
고(故) 한용구 행장의 잔여임기를 수행 중인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경우 갑작스러운 수장 교체 이후 조직 안정화에 공헌한 점, 상반기 전년 대비 22.2% 늘어난 2조535억원의 순이익을 내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점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경우에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41,650원 ▼450원 -1.08%) 회장의 거취와도 연동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연이은 금융사고 부담
 
일부 은행장의 경우 '내부통제' 이슈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이원덕 전 행장의 잔여임기를 수행하고 있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경우 최근 김해지점에서 발생한 대리급 직원의 170억원대 대출금 횡령 사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 사건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경영진에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 (12,940원 0원 0.00%)가 조직 쇄신 의지를 보이기 위해 은행장 교체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횡령 등 금융사고가 걸림돌입니다.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이라는 성과가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이를 희석시키고 있습니다. 농협은행에선 지난 3월 110억원 규모, 5월에는 각각 53억원과 11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최근에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100억원대 부당대출을 통한 횡령 사고가 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농협금융지주의 특성상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수장 교체를 택할 가능성도 큽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3월 취임한 만큼 농협은행장 역시 새로운 사람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요. 강 회장은 최근 "금융사고를 낸 계열사 CEO의 연임을 제한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정상혁 신한은행장·이승열 하나은행장·조병규 우리은행장·이석용 NH농협은행장 (사진=각 은행)
 
차기 은행장 인선은 예년과 다르게 은행장 선임 절차가 이르게 시작될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따라 은행장 임기 만료 3개월 전 승계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합니다. 당국은 그간 은행지주의 폐쇄적인 CEO 승계절차를 지적하면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강조하며 모범 관행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은행지주 회장이 소속된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은행장 승계를 결정하되 CEO 후보군 관리, 육성, 최종 선정 단계를 포괄하는 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문서화해야 하도록 했습니다. CEO 자격 요건을 구체화하도록 해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인물을 선임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깜깜이 후보 추천을 차단한 만큼 후보자 선임에 있어 근거와 타당성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며 "돈 잔치 비난을 받고 있는 이자이익에 기반한 경영 실적 보다는 은행권의 쇄신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인사 메시지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29조8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전년 동기 29조4000억원 대비 4000억원(1.4%) 증가했습니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5000억원(11.0%) 감소했는데요. 이는 지난 1분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에 따른 충당부채 적립 영향입니다. 올해 2분기 국내은행은 7조2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요. 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홍콩ELS 사태가 없었다면 이번 상반기 실적 역시 사상 최대입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조5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충당부채 등 비경상적 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반면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29조80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사진은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