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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카드만 믿다간 낭패 본다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은행에서 트래블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유럽 여행을 떠났습니다. 해외 대부분의 상점에서 트래블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현금이 필요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현지에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외화를 충전하려고 했지만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면서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A씨는 여행 중에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오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외화 충전식 카드인 트래블카드가 흥행하고 있지만 해외 현지에서 예상 못한 오류 사고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트래블카드가 만능이라고 생각하고 현금 등 다른 결제수단을 챙기지 않다가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신속한 서비스 개선과 돌발상황 대비한 안내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 가입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65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른바 트래블카드로 불리는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신한카드 신한SOL트래블, KB국민카드 트래블러스, 우리카드 위비트래블, 농협카드 트래블리 등입니다.
 
이들 카드의 특징은 연회비는 물론 환전·해외 ATM 현금 인출 수수료가 모두 무료라는 점입니다. 또 해외에서 카드 복제의 위험을 차단하는 비접촉(컨택리스·Contactless) 결제가 가능합니다.
 
앱 오류에 환전 불가
 
트래블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반면 시스템 오류로 불편을 겪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앱을 통해 트래블카드 내 외화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비밀번호 입력 오류가 나타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트래블카드는 은행과 연동된 계좌에서 사용금액이 빠져나가는 체크카드입니다. 다만 해외에서 사용하는 체크카드이므로 잔액은 현지 통화로 환전된 금액이 충전됩니다. 그런데 환전 과정에서 '비밀번호 입력횟수 초과'라는 오류가 발생하며 환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한 트래블카드 소지자는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한 적이 없는데 '비밀번호 입력 횟수 초과'라는 오류 문구가 뜨며 충전이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비밀번호를 바꾸고 앱을 지웠다가 다시 설치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고객센터에 문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이런 저런 방법을 시도하다가 원화를 충전하는 별도의 과정을 거친 뒤에야 스스로 환전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습니다.
 
휴대폰 페이 앱을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트래블카드 실물 카드를 소지하지 않고 외출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도 있습니다. 트래블카드 결제가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해당 소비자는 삼성페이를 통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해야 했습니다.
 
해당 소비자는 "그 상황에서 결제 수단이 트래블카드 하나밖에 없었다면 해외에서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컨택리스가 되지 않아 접촉식 결제가 필요한 상황도 있었기 때문에 현금이나 실물 카드 소지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 가입자 수는 지난달 기준 65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KB국민카드 트래블러스, 신한카드 신한SOL트래블,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우리카드 위비트래블, 농협카드 트래블리. (사진=각 사)
 
ATM 출금·교통카드 기능도 제각각
 
ATM 출금 수수료라는 광고에 익숙한 나머지, 모든 ATM에서 인출 수수료가 무료인 줄 알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ATM 운영사가 비자나 마스터 등과 제휴를 맺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른 소비자는 "ATM기에 수수료 안내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면제되는 줄 알고 출금했다가 수수료가 만 원 가까이 나와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됐다"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무료 출금이 되는 은행 ATM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 같은 정보를 스스로 찾는 것도 번거롭다"고 밝혔습니다.
  
트래블카드는 해외에서 대중교통에도 이용할 수 있지만 나라별 교통수단 특징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대중교통 단말기가 비자·마스터 등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지하철을 탈 때는 트래블카드 사용이 가능했지만 버스에서는 현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경우에는 트래블카드로 결제를 하더라도 카드망 제휴사가 유니온페이로 돼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이처럼 서비스 오류나 오해에 대한 사전 공지나 해결 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소비자들을 지적합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초기의 경우 처음 발생한 오류에 대해서는 해결하는 시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오류 종류와 빈도 등을 취합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래블카드로 해외에서 현금 인출 시 무료 수수료 혜택을 얻으려면 ATM 운영사가 비자나 마스터 등과 제휴를 맺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사진은 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출국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