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사이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행보가 엇갈렸습니다. 개인들은 탄핵 절차가 긍정적으로 마무리될 것을 기대하며 주가 상승에 베팅한 반면, 기관은 하락을 예상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연일 하락하던 증시는 이날 반등하면서 개인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개인, 낙폭 컸던 만큼 반등 기대
(그래프=뉴스토마토)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연일 하락세를 보이다 이날 각각 전날대비 2.34%, 5.50% 반등에 성공하며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안겨줬습니다.
위 종목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이 기대될 때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이는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KODEX 레버리지는 코스피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고,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는 코스닥150 지수를 2배로 반영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러한 행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융주들의 주가 낙폭이 컸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탄핵안 표결 등 국내 주식시장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저평가 매력이 부각돼 저점에 매수한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오는 14일 예정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은 국내 정치와 증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인데요. 현재 여당에서도 이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의원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개인들은 탄핵안 통과로 인한 증시 반등에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통과 기대감에 따른 자금 유입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반면 기관 투자자들은
KODEX 200선물인버스2(252670)X를 102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증시 하락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이 ETF는 코스피200을 2배로 역추종합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탄핵 불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지 개인들은 증시 하락에 베팅했습니다. 2016년 12월1일부터 9일까지 개인들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2620억원가량 순매수했습니다. 반대로 기관은 같은 기간 KODEX 레버리지를 2356억원 사들이는 등 상승을 예견했습니다.
이때는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증시도 강세를 보였고 이듬해 3월에는 탄핵안이 통과하면서 2018년 초까지 강세행진을 지속했습니다. 당시 하락에 베팅한 개인들 다수는 손실을 입은 것입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적 변수보다는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방향성의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입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탄핵 사례 때도 국내 증시는 초단기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결국 방향성 자체는 글로벌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과매도 상태…코스피 저점 2250
현재 국내 주가와 환율은 모두 정치적 불확실성과 맞물려 위축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시장의 바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일단은 불확실성의 구간을 지나야 하지만 차기 대선 시점이 결정되고 정치적 리스크가 낮아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애초에 증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치 않았으나 불확실 구간을 지나고 한국의 복원력이 입증되면 박스 하단은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치권에서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증시엔 도움이라며 코스피 2400 수준에서는 매수를 시작할 것을 권했습니다. 코스피 저점은 2250으로 제시했습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펀더멘털로 봤을 때 과매도 상태"라며 "과거 위기 시 주당순자산비율(PBR)을 차용한다면 코스피 하방을 2300대 초반까지 열어 둘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사법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2016~2017년 탄핵 사건 때는 헌법재판소 판결 전까지 변동성이 지속됐습니다.
내년 상반기 이후 금리가 바닥을 칠 무렵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25년 하반기부터 새로운 주도주가 나타나면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며 "금리가 바닥을 칠 때 경제 주체의 대출이 증가하고 레버리지 경제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치는 계속 교착상태였고, 이번 계엄 사태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 복원력에 놀랐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증시가 선방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거쳐 한국의 복원력을 입증한다면 이번에도 박스권 하단은 지켜낼 것이란 분석입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