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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프라임] 경기 직전에 '룰' 바꿔도 되나요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올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시중은행장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은행권 내 인적 쇄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올해 초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이슈 속에서도 호실적을 지켜내며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 은행장들이 '인적 쇄신'이라는 거센 바람 앞에 고배를 마셨습니다.
 
윤석열정부 초기 주요 시중은행의 모 회사인 금융지주 회장 교체 바람과 오버랩됩니다.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 관행을 끝내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노골화하면서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대다수가 교체된 바 있습니다. 표면적인 명분은 전 정권때 벌어진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에서 직간접적으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계엄령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흐르면서 금융권에서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당국의 서슬퍼런 경고에 인적 쇄신에 나서던 금융지주사들이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손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과거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연장을 위한 지배구조 내부규범 변경에 대해  "연령제한을 변경하는 것은 경기 도중 룰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대다수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회장 연령 제한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70세가 넘어도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배구조 규범을 개정한 것입니다. 4대 금융지주사의 회장 선임과 재선임 연령 규정은 조금씩 다릅니다. 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우리금융지주(316140) (12,940원 0원 0.00%)는 회장 선임 이후 중도에 만 70세가 넘어도 대표이사 임기를 그대로 보장합니다. 신한금융은 만 70세가 넘는 임기는 부여받을 수 없습니다.
 
관건은 금융당국의 스탠스입니다. 금융감독원은 그간 금융지주사의 공정한 승계 절차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차례 반복되는 CEO의 임기 연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초 이복현 금감원장은 김태오 당시 DGB금융지주(139130) (8,360원 ▼10원 -0.12%) 회장이 3연임을 위해 만 67세로 묶여 있는 지배구조 규범을 개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원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열린 이후 연임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꾸는 것은 축구 경기 도중 룰을 깨고 게임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감원도 회장 임기 연장을 위한 내부규범 손질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관계자는 "회장 임기를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기 위해 금융권 안팎의 시선에 상관없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노욕(老慾)'이라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심증만으로는 개입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내부규범 변경이 금융당국과 사전 조율없이 지주사 단독으로 단행했을리는 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입니다. 금감원이 다시 한번 금융지주 CEO의 무리한 연임 관행에 제동을 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데요. 금융권에서는 탄핵 정국에 모든 시선이 쏠려있는 데다 '윤석열 사단' 분류되는 이 원장이 발언을 한다 해도 과거만큼 힘을 받기 어려울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일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내부규범 변경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