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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픽싱 막차에 쏟아진 ‘꼼수’ 유증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이달 전환사채(CB)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상향조정 의무화를 앞두고 앞다퉈 CB를 발행했던 상장사들이 CB발행 직후 전환가액을 낮추고 있다.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환가액을 낮춘 것인데, 발행 CB에 특약사항을 넣어 일종의 ‘꼼수’ 리픽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상장사들은 CB 리픽싱 조항에 ‘전환가액을 밑도는 유상증자 발행 시 전환가액을 유증 발행가’로 한다는 특약사항을 넣었으며, CB 발행 직후 유상증자를 진행해 전환가액을 급격히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낮아진 전화가격으로 향후 오버행(잠재적 물량부담) 이슈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CB의 전환가액이 낮춰질 기업은 5곳으로 나타났다. IHQ(003560), 알파홀딩스(117670), 에프앤리퍼블릭(064090), KH필룩스, 이즈미디어 등이다.
 
이들 기업은 CB를 발행한 직후 할인율 높은 유증을 실시해 지난달 발행한 CB의 전환가액을 크게는 23%까지 낮출 것으로 보인다.
 
기업별로 알파홀딩스가 100억원 규모의 CB 전환가액을 23.0% 낮췄으며, KH 필룩스(-21.8%), IHQ(-18.3%), 에프앤리퍼블릭(-11.7%), 이즈미디어(-2.3%) 등의 순으로 감소폭이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CB의 리픽싱에서 주목할 부분은 리픽싱이 CB발행 직후 이뤄졌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CB의 리픽싱은 발행 이후 3개월마다 이뤄지며 일부 CB의 경우 1개월마다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CB는 길게는 일주일에서 짧게는 CB발행 하루 만에 리픽싱 조건이 성립됐다. 
 
이들 기업이 CB발행 직후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었던 방법은 발행한 CB의 특약사항에 근거한다. 해당 CB들에는 리픽싱 조항에 특별한 특약사항이 붙었는데, CB의 전환청구 이전에 회사가 전환가액을 밑도는 유상증자를 발행할 경우 전환가액을 유증 발행가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기업은 CB를 발행한 직후 최대주주나 관계사 등을 대상으로 3자배정 유증을 실시했다. 유상증자는 보통 기준주가 대비 10% 할인된 발행가가 적용됐으며, 전환가액을 밑도는 유증으로 전환가액을 발행가까지 낮출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유증을 통한 CB의 전환가액 하향이 향후 기존주주들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유증으로 신주가 발행되는 상황에서 기존 CB투자자들의 주식 전환 수량도 늘면서 향후 대규모 주식전환에 따른 지분희석이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나올 수 있어서다.
 
상장사들이 CB 리픽싱 조항에 이 같은 특약사항을 넣은 것은 상향 의무화가 없는 마지막 CB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부터 CB발행 시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항을 넣을 경우 주가 상승 시 전환가액 상향도 의무화된다. 다만 12월 이전에 발행된 CB들의 경우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표/뉴스토마토
이달 유증을 통해 CB전환가를 낮춘 기업들 외에도 지난달 CB를 발행한 기업 중 상당수가 리픽싱 관련 특약을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선 총 136회의 CB가 발행됐는데 이중 유가증권 5개, 코스닥 17개의 CB에 해당 특약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프로젠 MED(007460) (939원 ▼29원 -3.07%), 리더스 기술투자(019570), 나노스(151910), 한송네오텍(226440), 라이트론(069540), 아이오케이(078860), 판타지오(032800) 등이 해당 특약을 넣었다. 이들 기업은 향후 유증을 통한 CB 리픽싱이 가능한 만큼 유증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리픽싱 상향이 의무화되면서 지난달 상장사들이 CB발행이 몰렸던 만큼 CB투자자들에 유리한 조건이 많이 붙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리픽싱 조항의 경우 CB투자자들 입장에선 고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에겐 향후 지분 가치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