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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떨어졌던 보험사들, K-ICS에선?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올해부터 보험사에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재무건전성을 확인하는 지표도 새 지급여력제도인 K-ICS로 바뀐다. 보험사들은 K-ICS가 부채와 자산을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각 보험사들은 K-ICS 기준에서의 재무건전성 비율 잠정치를 집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각 사의 집계 현황을 파악하고 새 회계기준 하에서의 보험사 재무건전성 감독 방침 등을 정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하락했던 RBC비율이 K-ICS에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BC와 K-ICS는 모두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보여주는 제도다. 보험사는 사업 특성상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도 보험 계약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추가 자금을 쌓아놔야 하기에 이를 지급여력제도로 의무화한 것이다.
 
보험사는 지급여력제도에 따라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인 책임준비금(보험부채)과 순자산 중 보험금 지급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자본'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지급여력비율은 요구자본(부채)에 비해 가용자본(자산)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비율이 낮을 수록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해석한다.
 
K-ICS는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에 맞춰 새롭게 마련된 지급여력제도다. RBC는 자산은 시가(현재가격)으로 평가하지만 보험부채는 원가로 평가했다. 반면 K-ICS는 부채와 자산 모두 시가로 평가한다. 금리변동기에는 부채와 자산의 평가 기준이 달라 RBC비율에도 왜곡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바로잡아 올해부터는 부채도 시가로 평가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갑작스러운 금리상승으로 부채의 평가손실이 자산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하락했다. 특히 장기 보험상품을 판매해온 생명보험사들의 RBC비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NH농협생명의 경우 가장 높은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음에도 지난해 3분기 RBC비율은 2분기보다 78%p 하락하며 107.28%에 그쳤다.
 
이는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한참 밑돌뿐 아니라, 보험업법상 규제 수준인 100%에 근접한 수치다. 교보생명 역시 2분기 210.5%에서 3분기에는 175.9%로 무려 34.5%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032830) (70,400원 ▲100원 +0.14%)은 13%p 떨어지며 3분기 RBC비율은 236.2%로 나타났다. 한화생명(088350) (2,670원 ▼10원 -0.37%)의 3분기 RBC비율도 전 분기보다 10.6%p 하락한 159%로 집계됐다.
 
하지만 부채와 자산이 모두 시가로 평가되는 K-ICS에서는 이들 모두 비율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리변동의 영향이 보험부채에도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K-ICS 도입 시 건전성이 200%에 달할 것으로 잠정 집계한 상태다. 한화생명·교보생명·농협생명은 2일 기준 아직 잠정치를 집계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지난해 RBC비율보다 K-ICS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 장기 보험을 판매해온 생보사들이 지난해 RBC 비율 하락을 겪었다"며 "과거 금리가 높은 보험 상품을 판매했던 것이 금리상승기에 RBC비율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이 크게 해석된 반면 자산은 평가변동이 없어 RBC비율이 낮아졌다"며 "앞으로는 부채와 자산 모두 시가평가되기에 어느 한쪽만 값이 감소해 자본여력비율이 급감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금융본부장은 "보험사의 책임준비금(부채)이 시가로 평가되면 원가평가를 하면서 왜곡됐던 것이 바뀌기에 RBC에서보다 지급여력비율이 개선될 것"이라며 "다만 보험사별 차이는 지급여력비율이 얼마나 좋아지는가하는 정도의 차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 최고 실적을 냈음에도 RBC비율이 전 분기보다 78%p 하락했던 NH농협생명은 신지급여력제도(K-ICS)에서 비율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 = NH농협생명)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