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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해부)②지엔원에너지, 무자본 M&A 의혹…투자조합 '머니게임'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글로벌 긴축 우려로 인한 고금리 상황이 증시를 급변시키며 테마주 장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도주가 소멸되고,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며 투자자의 시름이 깊어가는 모습입니다. <뉴스토마토>는 테마주 장세의 바로미터를 제시하기 위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테마주를 톺아보는 (기업대해부) 코너를 신설해 매주 연재합니다. 투자자 여러분의 올바른 투자판단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정부는 ‘주가조작’ 및 ‘무자본 M&A’ 등 특정세력의 부정거래에 엄벌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볼리비아 리튬테마로 주가가 급등했던 인동첨단소재의 유성운 회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죠. 그런데도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의 영향력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리튬테마주로 알려지며 대규모 조달에 나선 지엔원에너지(270520) (2,435원 ▼170원 -6.97%)에도 특정세력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자본 M&A 등으로 규모를 키운 대표적 상장사들이 지엔원에너지의 자금조달에 관여했다는 후문입니다.
 
무자본 M&A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 중 하나가 전환사채(CB)입니다. 지엔원에너지도 이번에 대규모 CB를 발행했는데요. 이런 CB는 무자본 M&A가 종료된 이후 대규모 물량출회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지엔원에너지, 800억 자금조달…투자조합 '머니게임' 시작되나 
 
(표=뉴스토마토)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엔원에너지는 총 8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리튬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지엔원에너지는 지난 4일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250억원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며 신규 사업인 리튬 추출 사업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상증자는 최대주주인 엔투텍(227950) (604원 ▼13원 -2.13%)이 50억원, 관계사인 라이언인터내셔널이 50억원 참여합니다. 전환사채 발행대상자는 포에스2호투자조합(100억원)과 디씨투자일임(150억원) 등 입니다. 
 
 
앞서 지엔원에너지는 지난해 11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32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요. 당시 엔투텍, 리튬코리아, 앤디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125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200억원 규모의 CB도 발행했습니다.
 
이번 350억원의 추가 자금조달과 보유한 현금성 자산을 더하면 총 8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지엔원에너지는 리튬사업을 통해 특정세력들의 머니게임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우리는 지엔원에너지에 자금을 대주는 주체에 주목해보기로 했습니다.
 
자금조달 참여자에 익숙한 이름…무자본 M&A 세력 등장?
 
(그래픽=뉴스토마토)
지엔원에너지의 자금조달에 참여하는 곳들 대부분이 부자조합이나 ‘페이퍼컴퍼니’인 만큼, 조합 뒤에 이름을 숨기고 있는 이들을 모두 찾기는 힘듭니다. 다만 일부 공개된 정보들을 활용해 이들이 코스닥 상장사들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먼저 지난 3일 공시된 150억원 규모의 CB발행 대상자인 디씨투자일임, 김영철씨가 대표로 있고, 김도성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디씨투자일임은 와이씨프리미어라는 경영 컨설팅업체가 지난해 11월 사명을 바꾼 것인데요. 작년 11월 기준 3명의 직원이 재직 중입니다. 과거 이 업체의 이사진 명단을 보면 김영철, 김도성씨와 함께 김후성, 이명선이라는 인물이 이사로 재직한 바 있습니다.
 
김후성과 이명선씨는 무자본 M&A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회사들에 많은 투자를 진행한 바 있는데요. 무자본 M&A 시장의 ‘전주’로 통하는 원영식 회장의 초록뱀그룹, 신흥 세력이라 불리는 빗썸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강종현 회장의 상장사들, 에스엘바이오닉스(214310) (306원 ▼5원 -1.61%) 등입니다.
 
이들이 활용한 방식은 과거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136510) (11,600원 ▼650원 -5.60%)) ‘먹튀’로 잘 알려진 투자조합을 활용한 방식입니다. 투자조합을 통해 CB를 인수한 이후 주식전환 가능 시점에 조합을 해산, 각 조합원이 지분 5% 이내로 주식을 나눠 갖습니다. 각 조합원이 보유한 CB 등은 지분 5% 이내로, 이른바 ‘5% 룰’에 적용을 받지 않아 매수·도에 관한 공시 의무가 사라지게 되죠. 이 시기 각종 호재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150억 투자하는 디씨투자일임, 과거에도 '리튬' 테마주로 차익
 
 
이브이첨단소재에선 워렌301을 통해 투자했는데요. 이명선씨가 대표로 있고, 김후성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죠. 이브이첨단소재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이브이첨단소재는 과거 리튬플러스에 50억원을 투자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10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2000원까지 올랐고, 12월에는 무상증자 테마까지 탑승하면서 주가가 3000원에 근접하기도 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이번에도 ‘리튬’ 그리고 ‘11월’이네요.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브이첨단소재를 역추적하면 ‘에스엘바이오닉스→스튜디오산타클로스(204630) (416원 ▼5원 -1.19%)넥스턴바이오(089140) (5,070원 0원 0.00%)→이브이첨단소재→다이나믹디자인(145210) (3,675원 ▲185원 +5.04%)’의 구조가 확인됩니다. 이브이첨단소재의 CB에는 워렌301뿐 아니라 초록뱀의 원영식 회장, 그의 아들 원성준군, 초록뱀컴퍼니(052300) (485원 ▼62원 -12.65%), 초록뱀미디어(047820) (5,400원 ▼250원 -4.63%) 우리들휴브레인(초록뱀헬스케어)등도 참여했습니다. 이들의 CB 전환가액은 1475원, 주가가 3000원정도까지 올랐으니, 리튬과 무증 테마로 이들은 두 배가량의 수익을 챙겼겠네요. 
 
김후성씨는 인바이오젠 CB에서 또다시 등장합니다. 인바이오젠은 빗썸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강종현 회장의 ‘버킷스튜디오(066410) (1,187원 ▼1원 -0.08%)→인바이오젠→비덴트(121800) (3,380원 ▲25원 +0.74%)’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입니다. ‘빗썸 테마주 3인방’으로 불리며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죠. 인바이오젠 CB에도 원영식 회장과 원성준 군의 이름이 등장하네요. 이 정도면 지엔원에너지에 투자한 이들과 초록뱀그룹이 한배를 타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공시로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의 전환가액은 작년 1월 기준 3200원 수준입니다. 주가가 하락세였으니 장내 매도는 힘들었겠네요. 그렇다면 이들이 손해를 봤을까요? 이들이 보유한 CB 일부는 주식으로 전환됐고, 나머지는 콜옵션으로 인바이오젠에 재매각됩니다. 프리미엄까지 붙어서요. CB가 소각된 것이 아니니 언제든 다시 재매각 후 주식전환이 될 수 있죠. 그 시점은 ‘빗썸 테마주 3인방’이 다시 올라올 때가 아닐까요? 
 
(그래픽=뉴스토마토)
 
리튬코리아, 한스이엔지 M&A세력…소액주주 '피눈물'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번엔 지엔원에너지 급등의 시작, 지난해 11월 리튬코리아의 투자를 살펴볼게요. 지난 기사‘(기업대해부)지엔원에너지, 또 자금조달…수상한 리튬 사업①’에서 설명했지만 리튬코리아는 과거 영화배급사업을 하던 오렌지옐로우하임이라는 법인이 지난해 10월 사명만 리튬코리아로 바꾼 회사죠. 지난 2020년부터 매출액 0원에 사원수 1명인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고요. 
 
지엔원에너지가 엔투텍(227950) (604원 ▼13원 -2.13%)에 매각될 당시 3개의 투자조합과 리튬코리아가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이후 CB투자와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게 되죠. 리튬코리아에선 과거 사내이사로 있던 오재호씨, 오영훈씨 등이 등장해요. 
 
오재호, 오영훈씨도 과거이력이 화려하네요. 이들의 이름은 지난 2019년부터 3년 넘게 거래가 정지됐던 이엠앤아이(083470) (1,689원 ▼62원 -3.66%)에서 찾을 수 있어요. 이엠앤아이(전 KJ프리텍)는 이른바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면서 회사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코스닥 상장사예요. 
 
거래정지 당시 이엠앤아이의 구원투수로 나섰던 이들이 바로 오재호, 오영훈씨. 당시 이엠앤아이는 한스이엔지와 인트로메딕(150840) (6,110원 0원 0.00%) 등을 최대주주로 맞이했는데, 한스이엔지의 대표가 오재호씨, 이때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친인척)으로 등장한 인물이 오영훈씨입니다.
 
한스이엔지는 ‘햇님토이’로 알려진 완구회사. 2018년 창업주인 한상남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후 오재호 대표 체제로 전환했어요. 이후 화신테크(이노와이즈), KJ프리텍(이엠앤아이) 등 타법인 인수로 경영방향을 틀었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화신테크는 인수 3개월 만에 투자조합으로 경영권이 넘어갔고 2021년 상장폐지 됐네요.
 
이엠앤아이는 거래가 재개됐지만, 거래정지기간 3자배정 유상증자와 40대 1, 2대 1 감자를 연이어 단행. 2018년 말 소액주주 보유 비중이 85.3%에 달했는데, 지난해 상반기에는 7.20%까지 떨어졌어요. 셀프 감자와 대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 등으로 기존 주식가치가 떨어졌고. 소액주주들은 엄청난 손실을 봤죠. 소액주주 공개 채팅방에 따르면 손실률이 80%에 육박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CB 행사 직전 쏟아지는 호재…그 끝은 대규모 CB 폭탄
 
(표=뉴스토마토)
 
지엔원에너지는 급등 기간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CB 발행과 유증 등에 참여한 엔투텍과 한국채권투자운용, 리튬코리아 등이 지분을 확보했고요. ‘페이퍼컴퍼니’ 리튬코리아는 지분을 확보하자마자 보유주식 절반 이상을 미래에셋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20억원을 대출받았네요.
 
그리고 이들의 지분 확보와 함께 등장하는 3개의 투자조합이 있습니다. ‘디비w투자조합3호’, ‘이브르 신기술조합 제212호’, ‘아도니스 투자조합’입니다. 이들의 지분율은 주가급등과 함께 급감했는데요. △디비w가 10.54%→2.89%, △이브르는 8.78%→3.62%, △아도니스는 10.10%→2.25%. 방식은 이번에도 조합원 현물배분, 각 조합원에게 현물로 배분된 주식 등은 공시의무를 피해 장내매도가 가능하겠네요.
 
금융당국은 테마주 및 시세조종, 무자본 M&A를 통한 부정거래 등 불법·불건전행위에 엄중히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테마주나 무자본 M&A 등에서 위법행위나 부정거래가 의심될 경우 내부절차와 증선위절차를 거쳐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하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규제 위반 시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이 지엔원에너지도 깊이 들여다볼지 주목됩니다. 
 
(사진=지엔원에너지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