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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패널 자급설에…떨고 있는 LG디스플레이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애플이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패널까지 자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LG디스플레이(034220) (12,640원 0원 0.00%)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지난해 2분기 적자전환 이후 3개 분기 연속적자가 유력한 상황에서 '날벼락' 같은 소식입니다. 특히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캡티브(자사·계열사 납품)' 수요가 전무하다시피한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향후 '돈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주력 사업이던 국내 TV용 LCD에서 철수하고 OLED도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거래처의 변심은 향후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오는 2024년부터 애플워치를 시작으로 자체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 보다 LG디스플레이에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옵니다. 양사의 애플 의존도를 보면 LG디스플레이 36%, 삼성디스플레이 6.6%로 LG디스플레이의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애플워치가 문제 아냐"…중소형 강화해도 어디팔지?
 
물론 일각에서는 "애플워치 그까짓 거 얼마나 된다고, 납품안해도 되는거 아냐?"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문제는 애플의 '탈한국' 현상이 가속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 궈밍치는 "올해 출시될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 기본 및 플러스 모델용 패널 70%를 중국업체 BOE가 공급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에 LTPO OLED를 처음 공급하면서 쾌재를 불렀습니다. 아이폰13까지는 LTPO를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향 물량 확보에 전력투구해왔습니다. 지난해에는 중소형 OLED 사업 강화를 위해 3조3000억원 규모 신규 시설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죠. LG디스플레이는 향후 모바일 뿐만 아니라 IT기기 등 애플향 제품 위주로 사업전환에 속도를 내왔습니다. 성과는 있었습니다. 아이폰 뿐 아니라 애플워치의 약 80%, 아이패드의 32%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도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해왔습니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의 사업 구조에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보면 애플 외에도 삼성전자 등 이른바 '믿을맨'이 존재합니다. 애플 의존도가 낮은 이유죠.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볼까요.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S 시리즈를 비롯해 Z플립4,폴드4 등 폴더블폰까지 패널을 납품하는 형태입니다. 반면 LG전자는 지난 2021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전격 철수했습니다. 삼성전자 보다 애플이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국내 TV용 LCD 사업 철수 시점 늦어…대형 OLED 판매도 저조
 
스마트폰용 패널을 차치하더라도 다른 사업도 삼성과 비교되는 대목이 많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이 급격히 둔화된 국내 TV용 LCD에서도 이제 막 철수를 시작했습니다. TV용 LCD 시장은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로 인해 수익성이 저조한 상황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LCD 시장에서 철수한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국내 생산 종료를 결정했습니다. 중국 광저우 공장도 TV용 생산 물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발생한 유후라인 일부는 IT용 LCD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LG디스플레이의 주력 사업인 대형 OLED 분야 성적도 변변치 않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럽시장 수요 감소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후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는 지난해 유럽 TV 출하량의 연간 기준 감소율이 12.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OLED TV가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출하량이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유럽 판매 비중은 45%를 상회하고 있어 난처한 상황입니다.
 
이같은 부진은 고스란히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 적자전환 이후 3개 분기 연속적자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기 추정 영업손실은 7000억원대로 전분기 대비 영업적자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물론 애플의 자체 생산 소식은 소문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거론된 디스플레이가 마이크로LED이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마이크로LED의 가격 자체가 워낙 비싸 아직 상용화는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일례로 마이크로LED TV는 1억원을 호가합니다. 상용화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같은 내용이 이슈화되는 이유는 애플이 '한국산' 디스플레이를 배제할 시 그에 대한 파급 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마이크로LED 상용화는 앞으로 10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애플이 '탈한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우리 기업들은 충분히 경계하고 모니터링해야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