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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풋옵션 공방' 핵심은 경영권 싸움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풋옵션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여러 이슈들이 부각됐지만 핵심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 방어입니다. 풋옵션 공방은 사실상 투자 수익을 노리는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신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분쟁입니다.
 
어피너티가 신 회장 측에 제시한 풋옵션 금액은 1주당 40만9000원입니다. 이 가격을 매기기 위해 어피너티는 안진회계법인에 교보생명 주식 가치를 평가해달라는 업무를 의뢰했습니다. 2018년 안진은 주당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이행해야 한다고 책정했습니다. 당시 교보생명의 IPO 공모 예정가는 18만원에서 28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어퍼니티와 안진회계법인이 제시한 주식 가치는 시장에서 매긴 통상 수준보다도 두배 가량 높은 금액이었던 것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동종업계 상위 업체인 삼성생명(032830) (70,400원 ▲100원 +0.14%)·한화생명(088350) (2,670원 ▼10원 -0.37%)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교보생명의 현재 주가를 추정하면 15~18만원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피너티가 2012년 4월 대우인터네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주식을 매입한 가격은 주당 24만5000원입니다.
 
어피너티측은 정당한 풋옵션 가격 책정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신 회장이 약속을 어기고 풋옵션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제상업회의소(ICC)는 2021년, 신 회장이 어피너티가 제시한 금액에 풋옵션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풋옵션 가격에 대한 분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교보생명의 지배구조와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선 현재 상황에서 어피너티 입장에서는 IPO로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가 책정되는 것보다 40만9000원으로 풋옵션이 이행되거나 혹은 타사에 주식을 넘기는 것이 더욱 유리합니다. IPO시 가격은 안진을 통해 책정한 가격보다 크게 낮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교보생명의 지분 구조를 보면 신 회장과 신 회장 특수관계인이 36.91%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이어 어피너티가 24.01%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3위는 9.79%를 가진 코세어 캐피탈로, 1·2대 주주의 주식 보유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피너티의 주장처럼 안진 회계사의 무죄 판단을 풋옵션 가격의 정당성 부여로 과대 해석하면 신 회장의 경영권 방어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가 보유한 24%의 지분과 신 회장이 가진 34% 가량의 지분을 합친 58% 가량을 대형 금융지주사에 매각하려고 계획한 바 있습니다. 이는 ICC의 중재에서 어피너티의 풋옵션 가격이 부정되는 결과가 나오면서 불발됐습니다. 신 회장 측은 "경영권 탈취를 위한 적대적 M&A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신 회장이 어피너티에 풋옵션을 이행할 경우 비용 문제가 따릅니다. 현재 상황에서 신 회장이 풋옵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집니다. 신 회장이 24%의 지분을 사들이려면 2조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합니다. 
 
신 회장이 풋옵션 가격을 회계법인으로부터 다시 책정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어렵습니다. 신 회장과 어퍼니티의 계약 상, 사실상 신 회장은 어피너티가 제시한 3곳의 평가기관 중 한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단서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양측이 주장하는 풋옵션 가격 차이가 크면 신 회장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 입맛에 맞는 평가기관에서 가치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교보생명은 안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치평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전경 (사진 = 교보생명)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