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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DGB생명·흥국생명, K-ICS 경과조치 신청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DGB생명과 흥국생명도 올해 새로 도입된 지급여력제도(K-ICS) 적용 유예를 신청했습니다. 고금리 여파로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상황에서 새 규제를 적용하면 건전성 지표가 더 나빠지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입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GB생명과 흥국생명은 금융감독원에 K-ICS 적용 유예 경과조치를 신청했습니다.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패널티를 유예해달라 요청한 것입니다.
 
두 곳 모두 지난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했는데요. 새 규제를 적용할 경우 재무건전성비율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입니다. 가용자본 대비 요구자본의 비율을 보여주기 때문에 비율이 낮을 수록 재무건전성이 낮다고 판단합니다.
 
RBC비율 악화한 DGB·흥국
 
보험사에 적용되는 지급여력제도는 올해부터 RBC비율에서 K-ICS로 변경되는데, 금융당국의 경과조치는 과도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보험사들을 위한 일종의 충격 완화 조치입니다. 보험사들이 새 기준에 적응하는 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는 겁니다. 원래대로라면 K-ICS 비율이 100%에 미치지 못할 경우 패널티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아야 하지만, RBC비율이 100% 아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합니다.
 
DGB생명의 지난해 지급여력비율은 RBC비율 기준 금융당국 권고치(150%) 아래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지난 3분기 기준 DGB생명의 RBC비율은 113.1%로 나타났습니다. 전분기 대비 52%p나 급락했습니다. 이대로라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아야 하는 100%에 근접하거나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흥국생명의 경우 지난 3분기 RBC비율이 154.4%로 전분기 대비 3.4%p 하락했습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하회할 것을 우려해 신종자본증권 중도상환(콜옵션)을 취소하려는 시도를 하는 등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DGB생명·흥국생명 RBC비율(단위:%)
 
보험업계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DGB·흥국생명을 포함해 보험사 10여 곳이 줄줄이 경과조치를 신청했는데요. 그만큼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금융본부장은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들은 대체로 K-ICS 기준 금융당국 권고치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아직 발표되진 않았지만 금융당국이 이미 K-ICS 비율 권고치를 잠정적으로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혹시 모를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경과조치를 신청했을 것"이라며 "RBC비율 대비 K-ICS 비율이 하락할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청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금융당국이 회계기준 및 지급여력제도 변화에 따라 보험산업의 충격을 완화해주고자 시행하는 조치이고 신청에 따른 패널티도 없기 때문에 신청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환경 불확실성 그림자 '유효'
 
보험업계는 지난해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습니다.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올해 역시 보험업계 전망이 어두운 상황입니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경과조치를 신청한 것은 올해도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라며 "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 보험사는 충격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보험사"라며 "가계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생계가 어려워지면 보험료 부담부터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올 연말까지는 보험업계에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를 보면 손해보험 보다 생명보험 재무상황이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과조치를 신청한 보험사 중 10곳 가량이 생보사"라며 "대외적 이슈가 있어 신청하지 못한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경과조치를 신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형 생보사인 한화생명(088350) (2,670원 ▼10원 -0.37%)은 지난해 2분기 대비 3분기 RBC비율이 10.6%p 떨어졌고, NH농협생명은 같은 기간 73%p나 하락했습니다. KB금융지주 계열 푸르덴셜생명도 14.2%p 떨어졌습니다.
 
대형 생보사의 K-ICS비율이 지난해 RBC비율 보다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삼성생명(032830)의 4분기 말 RBC비율(잠정치)은 244%인데, 1분기 K-ICS 비율은 20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신한라이프의 경우 3분기 RBC비율(잠정치)는 266%, 1분기 K-ICS 비율은 역시 200%를 상회하는 수준일 것으로 보입니다. 생보사 관계자는 "RBC비율과 K-ICS 비율은 산정 기준이 다르기에 일대일로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도 "K-ICS 결과 값은 RBC비율보다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