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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보조금 의향서 마감 째깍…“핀셋 점검·정부 지원 총력 다해야”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이 반도체 패권을 쥐기 위한 본격적인 ‘닻’을 올렸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압박해 아시아에 편중된 이들의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돌리는 ‘반도체 보조금’ 지원 세부 내용을 공개하면서입니다. 삼성전자(005930) (72,800원 ▼700원 -0.96%) SK하이닉스(000660) (131,200원 ▲200원 +0.15%)가 보조금 지원 대상입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 527억달러(약 67조원)를 들여 미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반도체·과학법’을 통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세부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반도체·과학법은 미국이 반도체 산업의 주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최종 서명하면서 그 법이 발효됐습니다. 
 
이 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설립에 390억달러(약 50조원), 연구 및 인력 개발에 110억달러(약 15조원), 국가·안보분야 반도체 제조에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등 520억달러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520억달러에서 미 상무부가 500억달러를 지원하는데 이 중 제조시설 직접 보조금이 390억달러,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자금이 110억달러이고, 미 국방부가 20억달러를 지원합니다. 
 
보조금 지원 의향이 있는 기업들은 의향서를 우선 제출한 뒤 이후 본 신청서를 접수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에게 해당하는 최첨단 제조시설을 짓고자 하는 기업들은 이달 31일(현지시간)부터 본 신청서를 접수하면 됩니다. 본 신청서 제출 이전 의향서를 우선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본 신청 접수 이전까지 기업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채 남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2조원)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 역시 15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패키징 제조시설 계획을 밝힌 상태여서 양사 모두 지원 대상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래픽=뉴스토마토)
 
삼성 해당 최첨단 제조시설 인센티브 3월31일부터 본 신청서 제출 시작
 
업계에선 삼성·SK가 보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지만,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달 중순 미국은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공개하는데 우리 기업들이 이 조항까지 살펴본 뒤 신청서를 제출하려면 시간이 마냥 기업들 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가드레일 조항이 공개되기 전까지 기업들이 살펴봐야 할 반도체 보조금 지원 세부 계획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 상무부가 공개한 보조금 세부 내용은 크게 △1억500만달러 이상 수혜 시 미 정부에 초과이익 공유 △미 군사용 반도체 안정적인 공급 △보조금으로 자사주 매입 제한 △공장 직원 등 노동자 위한 보육 지원 △10년간 중국 등 우려 기업 투자 제한 △지속적인 투자 통해 공장 장기간 운영 등입니다.
 
이번 보조금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131,200원 ▲200원 +0.15%)가 신청한다면, 미국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미국 국가 기술표준원(NIST) 등 미 반도체 연구에 협력해야 합니다. 업계에서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가드레일 조항이 지난해 10월 미국이 발표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보다 완화될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작년 10월 미국 산업안보국(BIS)은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16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이하 로직칩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 장비 및 기술 판매할 경우 미 당국 별도 허가를 필요로 한다는, 대중국 수출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의 영향을 받든 받지 않든 앞으로 반도체 패권을 쥔 미·중 간 기로에서 국내 기업들은 점점 더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협상을 해서 최대한 우리 쪽에 유리한 협상테이블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중국도 외교적으로 설득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최대 수출국입니다. 한국산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도 기준 40.3%를 차지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로열 캐슬 가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연설하고 있다. (사진=바르샤바=AP/뉴시스)
 
 
보조금 경쟁은 고사하고 신청마저 주저
 
이번 미 상무부의 반도체 지원 세부 내용이 발표되자 신청 대상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사는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투자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독이든 당근과도 같은 이번 보조금 신청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8월 미국 반도체 지원법 도입이 본격화된 당시만 하더라도 미국의 대규모 인센티브로 한국, 대만, 일본 등의 반도체 기업들의 보조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였지만, 이 지원금을 받기위해선 대외비는 물론 기술 유출 등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신청 막바지까지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일각에선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앞세우며 재선 성공을 목표로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을 고려하면 미국이 보조금 계획을 일방적으로만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 정부는 삼성과 SK의 투자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일방적으로 세부 조건을 들이밀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유리한 조건을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개최된 민주당 하원의원 연찬회에서 “우리는 반도체법을 처리했고, 이로 인해 미국의 3000억달러가 투자됐다”며 “알다시피 나는 한국을 방문했으며, 그곳에서 한국 기업인들에게 왜 미국에 투자하느냐고 물었다”면서 반도체법을 언급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