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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발 상장사 자금 경색 우려 현실화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국내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 경색 우려가 현실화했습니다. 올해 상장사들이 잇따라 자금 조달 철회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받았는데요. 지정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0% 넘게 급증했습니다. 자금 조달이 절박한 기업들의 투자 유치 실패로 추진 중인 사업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올해 자금조달 철회 등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된 회사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유증·CB 발행 실패, 불성실공시법인 '급증'
 
24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2일 기준 올해 코스닥시장본부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은 총 26사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 16사였던 것에 비해 10사가 증가했습니다. 증가율로는 62.50%로 폭증한 모습입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된 기업도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추가적으로 자금 조달에 실패한 기업들이 공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사유 중 대다수는 자금 조달 실패로 확인되는데요. 지난 3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휴림네트웍스(192410) (403원 ▼3원 -0.74%)THE E&M(089230) (210원 ▼5원 -2.33%)은 각각 전환사채(CB)와 유상증자 결정 철회에 따른 사유로 벌점과 공시위반제재금을 부과 받았습니다. 휴림네트웍스는 벌점 5점, THE E&M은 제재금 200만원을 받았습니다.
 
앞서 휴림네트웍스는 작년 5월에 각각 100억원, 150억원 규모의 제5회차·제6회차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는데요. 납입일은 작년 7월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납입이 연기되면서 올해 1월까지 총 5차례 납입일이 미뤄졌다가 최종 납입일이었던 1월27일, 발행 대상자의 청약 미참여 통지에 따라 발행결정이 철회됐습니다.
 
휴림네트웍스 관계자는 "작년 5월에 최초 발행 결정을 하고 대상자가 자금을 모집하기로 돼 있었는데 증권사 자체의 자금 조달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9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자금 자체가 막히는 등 시장 상황이 악화돼 자금 조달 자체가 거의 중단됐다"며 "계속 납입일을 연장하면서 모집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나아진 것이 없었다"고 철회 사유를 전했습니다.
 
THE E&M도 2021년 8월 20억원 규모의 신환률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후 납입일을 올해 1월까지 미뤘습니다. 5차례 납입일 연기에도 최종적으로 납입은 이뤄지지 않았고 유증은 최종 철회됐습니다. THE E&M 관계자는 "일정을 연기하며 납입을 마련하는 와중에 한국거래소 측에서 더 이상 연기를 하면 벌점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철회로 마무리 짓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며 "자금조달에 관련해서는 신 대표 개인적인 사정으로 정확히 모른다. 납입일 연기는 신 대표 측에서 연기해달라고 요청을 했었다"고 전했습니다.
 
버킷스튜디오(066410) (1,187원 ▼1원 -0.08%)는 지난 3월말 전환사채권 발행 철회, 4월말 유상증자 결정 철회로 두 가지 자금조달 계획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작년 5월에 결정한 제12회차 전환사채권 발행으로 버킷스튜디오는 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었는데요. 한달 만에 발행 대상자를 변경한 후 납입일인 9월 30일이 다가오자 6개월 후인 올해 3월 24일로 일정을 미뤘습니다. 최종 납입일에 발행 대상자의 납입 철회로 전환사채 발행도 철회됐습니다. CB와 마찬가지로 작년 8월 3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려던 유증도 올해 4월 납입일까지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습니다. 버킷스튜디오는 CB 발행 관련 공시 번복으로 벌점 5점을 부과받았습니다. 유증 철회에 따른 사안으로도 벌점 5점을 추가로 부과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밖에 알엔투테크놀로지(148250) (4,650원 ▼50원 -1.07%)도 자금 조달 최종 실패에 따른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 와이팜(332570) (2,880원 ▼40원 -1.39%)코드네이처(078940) (2,885원 ▼110원 -3.81%) 등 2사가 납입 관련 이슈로 자금조달을 철회한 것에 비해 올해 더 많은 기업이 철회했네요.
 
최종 철회까진 아니더라도 자금 조달 규모 축소에 따른 공시 변경을 한 기업도 포착됩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예고된 기업 중에는 에이트원(230980) (329원 ▼18원 -5.39%)이 있는데요. 에이트원은 유상증자 발행금액의 20% 이상을 변경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된 상황입니다. 에이트원은 작년 8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해 약 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습니다. 최초 발행 대상자는 케이임팩트 투자조합이었지만, 납입일이었던 10월 26일 발행 대상자를 한창(005110) (1,516원 ▲119원 +7.86%)으로 바꾸고 납입 일정을 11월16일로 연기했습니다. 변경된 납입일이 도래했지만 납입은 또 연기됐는데요. 다시 발행 대상자가 케이임팩트 투자조합으로 변경됐고 납입일은 4개월 넘게 미뤄진 올해 3월말로 정정했습니다. 올해 1월에는 또다시 발행 대상자를 바꿨습니다. 주식회사 피데스홀딩스가 발행 대상자로 정정됐는데요. 납입일은 그대로 유지되나 했으나 3월말 재차 4월로 납입일을 미뤘습니다. 최종 납입은 이뤄졌지만 납입액이 70억원으로 변경되면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사유가 발생했습니다.
  
고금리 기조 속 레고랜드 사태…자금조달 실패 이유
 
자금 조달 실패에 따른 잇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급증은 고금리 상황과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이 꼽히는데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같은해 11월, 작년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총 3.0%p를 인상했습니다. 작년 7월과 10월에는 이례적인 빅스텝(0.50%p 금리 인상)을 밟았고 작년 한해에만 금리는 2.25%p 상승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가파른 금리 인상이 한은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는데요. 작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해 6월부터 11월까지 초유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p 금리 인상)을 밟기도 했죠. 연준은 지난 3일(현지시각)에도 0.25%p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00~5.25% 수준입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법인이 자금조달을 할 때 납입 대상자로 지정된 업체가 납입금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2%였던 작년초 금리가 올해 1월까지 올라갔다.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에서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다 보니 납입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상장사는 납입하는 업체, 즉 발행 대상자의 납입 능력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며 "추가적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지정 예고 증가에 대한 통계 및 분석은 상반기 자료를 모아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