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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순위 PF 집중한 신한투자증권, 상환 '적신호'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집행한 중·후순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산 규모가 큰 대형사의 경우 선순위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신한투자증권은 중후순위에 대거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중후순위가 위험한 이유는 자금을 일으키는 시점은 빠른 데 반해 상환에서는 순위가 밀려섭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분양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상환이 불투명한 중후순위 집중 여파로 신한투자증권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내놓습니다. 타증권사와 달리 대손충당금 적립도 줄어든 편이라 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됩니다.
 
대형 증권사 맞나…중후순위 집중된 PF 약정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부동산 PF 중후순위 약정 비중은 67.9%로 대형사 평균(29.2%%)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부동산 PF(브릿지 포함) 관련 신용공여 규모가 약 1조1000억원인걸 감안하면 중후순위 부동산 PF 규모는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형사들의 경우 본 PF에서 대부분 단일순위나 선순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신한투자증권은 대부분 후순위에 집중했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신한투자증권이 매입확약을 했거나 지급보증약정을 체결한 대출채권은 총 26건으로 4521억원 규모인데요. 이중 후순위 약정만 14건으로 50%를 넘어섭니다. 
 
선순위 또는 단일순위 약정은 △쥐피에스20제이차(150억원) △파코제일차(300억원) △신정히어로제일차(200억원) △디엠퍼스트에이제일차(75억원) △고양장항제일차(300억원) △신한히어로수유제이차(68억원) 등 6건에 불과합니다. 
 
신한투자증권의 부동산 PF 규모 자체는 자기자본 대비 20.4% 수준으로 대형사 평균(33.5%)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닌데요. 이는 중·후순위에 집중된 계약 방식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통상 선순위 채권자의 채권 금액 또한 크기 마련입니다. 예컨대 PF 대주단의 전체 채권금액이 1000억원이라면 700억원의 선순위와 300억원의 중·후순위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비슷한 수의 부동산 PF 딜을 체결하더라도 중·후순위에 약정이 집중될 경우 그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증권사 부동산 PF는 자금 투입과 상환 순서에 따라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로 구분되는데요. 선순위는 가장 나중에 투입하고, 제일 먼저 상환됩니다. 반면 후순위는 가장 먼저 돈을 투입하고, 마지막에 상환됩니다. 선순위보다 중·후순위로 갈수록 보증을 선 증권사의 위험도 커지는 구조죠. 변제 순위가 낮은 만큼 선순위 대출에 비해 금리는 높게 책정됩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기라면 중후순위도 큰 문제가 없지만, 분양 시장 경기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신한투자증권의 브릿지론을 비롯한 중후순위 부동산 PF에 대한 리스크도 확대됐습니다. 사업장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자금 전부를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입니다. 
 
PF·CFD 사태 여파에도 충당금 감소…실적 꼼수?
 
부동산 PF 부실화를 비롯해 차액결제거래(CFD) 미수채권 등 증권가 유동성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지만 신한투자증권은 오히려 올해 대손충당금 적립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올해 부동산 PF 우려 대비 등으로 타 증권사들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은 것과 대조됩니다.
 
1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26곳의 대손충당금 총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2300억원(9%)가량 늘었습니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030210) (4,100원 0원 0.00%), IBK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는 물론 하나증권, 메리츠증권(008560) (6,300원 ▲90원 +1.43%), 키움증권(039490) (94,000원 ▲200원 +0.21%) 등도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했는데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10대 증권사 중 대손충당금이 전분기 대비 감소한 곳은 신한투자증권이 유일합니다.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대손충당금은 2322억2900만원으로 전 분기(2332억6500만원) 대비 10억3600만원 줄였습니다. 충당금이 감소했지만 같은기간 채권총액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1분기 채권총액은 16조7265억원으로 전분기(13조4404억원) 대비 3조원 넘게 늘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충당금의 경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적립한 것이고 먼저 비용으로 반영해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증권가의 충당금 추가 적립도 부동산 PF 등 부실 위험을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충당금이 줄어든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1분기 실적 유지를 위한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헤리티지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실적 리스크가 커진 신한투자증권의 임시 조치라는 해석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충당금 규모가 줄어든 것과 반대로 ‘대손준비금’은 늘린 것으로 확인됩니다. 충당금은 차기 이후의 지출할 것이 확실한 특정비용에 대비해 미리 계상하는 금액입니다. 회계처리에서 ‘비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익’ 지표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반면 대손준비금은 충당금과 달리 비용이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죠. 
 
올해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대손준비금 잔액은 1201억4600만원으로 전분기(1041억9200만원) 대비 159억5400만원 늘렸습니다. 대손준비금은 ‘회계목적상 충당금’(K-IFRS에 의한 충당금)이 ‘감독목적상 충당금’(금감원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그 차액을 이익잉여금 중 별도준비금으로 적립한 것을 말합니다. 자본에 속하지만 법정준비금인 만큼 배당 가능이익에선 제외되죠. 
 
신한투자증권은 충당금 감소와 대손준비금 증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총액이 늘어나면서 대손준비금도 자연히 늘어난 것”이라며 “채권총액 증가에도 충당금이 줄어든 것은 담보가 있는 우량자산에 대한 신용공여가 늘고 비우량 자산들이 건전 자산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부동산 PF 관련 부실은 2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거래대금·예탁금·신용공여 등 주요 지표가 모두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CFD발 미수채권과 PF 관련 충당금이 추가될 것으로 보여섭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055550) (37,050원 ▼100원 -0.27%)의 2분기 순이익은 컨센서스(1조2700억원)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PF, CFD 관련 충당금 반영과 대손비용 등이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한투자증권의 부실자산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신평은 “신한투자증권의 기적립한 충당금 등을 차감한 순요주의이하자산 규모는 38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7.2% 규모”라며 “대형사 평균 대비 높은 수준으로 투자자산의 건전성 저하 및 회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