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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전 계열사 부실대응 비상…증권만 예외?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신한투자증권의 충당금 전략이 지주 내 주요 계열사들과 엇갈리고 있습니다. 신한지주(055550) (37,050원 ▼100원 -0.27%) 주요 계열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금융(IB) 관련 부실자산 리스크에 선제적 충당금 적립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만 유일하게 부실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기우에 그칠 것으로 판단한 모습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김상태 대표 영입 후 공격적인 IB 투자로 부실자산이 확대된 상황. 주요 계열사들과 엇갈린 행보를 걷는 김 대표의 충당금 전략과 위기대응 능력이 ‘김상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한증권, 계열사 중 유일하게 충당금 적립 줄여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대손충당금 설정액은 2322억원으로 전 분기(2333억원) 대비 11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4분기 65억원 줄어든 데 이어 분기 연속으로 설정액이 줄어든 건데요.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대한 PF 리스크 관리조치의 일환으로 부실 징후가 있는 PF 여신에 대한 신속한 충당금 적립을 권고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채권에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입니다. 금융사는 국제회계기준(IFRS9)에 따라 채권을 자체 평가해 이를 적립합니다. 부실자산에 대한 리스크가 커질수록 충당금 적립 규모도 커지게 되는 거죠.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충당금 감소에도 부실자산은 오히려 확대됐습니다. 작년 말 기준 7842억원 규모였던 신한투자증권의 요주의 이하 자산은 올해 1분기 8074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자기바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6.7%에서 7.2%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71%로 신한카드(1.17%), 신한캐피탈(1.20%) 대비 9배 이상 높습니다.
 
금융사들은 대손충당금이 금융당국의 감독규정보다 적을 때 모자란 금액을 대손준비금으로 쌓고 있습니다. 물론 대손준비금 없이 모든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을 수도 있죠. 일례로 신한캐피탈의 경우 대손준비금 없이 모두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하고 있습니다.
 
몸집 6배 작은 신한캐피탈은 충당금 적립 40% 급증
 
신한투자증권의 충당금 적립 전략은 그룹사 내 주요 계열사들과 엇갈리고 있습니다. 올해 신한금융은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 등 불확실한 경기 대응을 위해 올 1분기 185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았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추가 충당금 745억원 대비 2.5배 많은 수준입니다.
 
신한금융그룹 비은행 주요 계열사 중 충당금 잔액이 줄어든 곳은 신한투자증권이 유일합니다. 자산총계 기준 몸집이 신한투자증권의 6분의 1수준에 불과한 신한캐피탈은 올해 1분기에만 637억원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했습니다. 상각 등을 제외한 충당금 잔액은 1685억원으로 전 분기(1205억원)대비 480억원(39.83%) 증가했죠. 신한카드 역시 1분기 대손충당금 잔액이 1조4853억원으로 전 분기(1조4327억원) 대비 526억원(3.67%) 늘었습니다.
 
신한캐피탈이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한 것은 부동산 PF 관련 부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데요. 1분기 말 기준 신한캐피탈의 기업금융 자산은 약 7조7104억원으로 영업자산의 63.11%를 차지합니다. 기업금융 내 부동산금융관련 영업자산(부동산PF, 브릿지론 성격의 부동산담보대출)은 약 40%를 차지하고 있죠.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를 고려할 때 충당금 추가적립이 불가피한 겁니다.
 
'건전성' 대 '수익성'…김상태 사장 리스크 대응 시험대
 
충당금이 줄어든 신한투자증권 역시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 대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우발부채는 2조9818억원으로 전분기(2조8156억원) 대비 1662억원 증가했으며, 자기자본 대비 규모는 56.5%로 전 분기(53.8%) 대비 2.7%포인트 늘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당장 모자란 충당금을 대손준비금으로 대체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선제 충당금 적립이 크지 않았던 만큼 향후 자산건전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업계에서도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유사시 지주 및 계열사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건전성과 수익성을 저울에 올려둔 신한투자증권의 충당금 운용 결과는 김상태 대표의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입니다. 김 사장 단독대표 체제 전환 이후 비우호적인 증권업 환경으로 신한투자증권의 IB·자산관리(WM) 부문 실적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진옥동 회장 체제에 들어서며 계열사 CEO들이 줄줄이 교체된 상황. 김 사장의 연임을 위해선 리스크 관리를 비롯해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