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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유증 주관 한투증권을 보는 매서운 눈초리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최근 증권사들이 유상증자 발행을 주관하면서 대규모 실권주 인수계약을 함께 체결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하는 유증 규모가 커 대량으로 실권 주식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졌는데요. 투자자들은 실권주가 대량으로 시장에 출회돼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실권주는 보호예수가 없는데다 이번 실권주 잔액인수 수수료율이 높아 증권사가 곧바로 장내에 매도할 유인이 크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1일 현재 주주배정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장기업들 중 실권주 인수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18개사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유증을 맡은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삼성증권, 한양증권, 상상인증권,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으로 확인됩니다. 
 
하반기 현재 진행 중인 유증 규모 총 2.4조…한투 1조 가까운 유증 주관
 
18개사가 새롭게 발행하는 주식 규모는 총 2조4541억원에 달하는데요. 이중 한국투자증권이 9660억원어치 발행을 주관,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096770) (131,100원 ▼2,500원 -1.91%), 노을(376930) (5,000원 ▼20원 -0.40%), 피플바이오(304840) (3,120원 ▼85원 -2.72%), 보로노이(310210) (38,700원 ▼1,150원 -2.97%), 인텔리안테크(189300) (71,900원 ▼100원 -0.14%) 등 7곳의 유증을 인수 주관하고 있습니다.
 
이중 각사의 기존 주주들이 자기 앞으로 배정된 주식을 얼마나 많이 청약하느냐에 따라 실권주 발생 규모도 달라지겠지만, 발행 예정 주식의 3분의 1만 실권주가 발생해도 한국투자증권은 3000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인수하게 됩니다.  
 
증권사들 중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이 유증 실권주 인수에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다 보니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한국투자증권발 물량 출회에 따른 주가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앞서 KB증권은 엔지켐생명과학의 유증을 주관하면서 총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신주의 3분의 1 수준인 1000억원 규모 실권주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KB증권은 해당 신주가 상장된 직후부터 장내에 매도했고 이로 인해 주가가 8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이를 떠올리는 투자자들이 한국투자증권을 곱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진행하는 유증인 만큼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유증에는 SK이노베이션 등 큰 딜이 많았고, 통상 실권주 인수는 증권사들이 다 하는 편이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실권주를 시장에 충격준다고 미리 예단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유상증자 실권주 인수계약 현황.(표=뉴스토마토)
 
한투 주관 상장사, 대량 실권주 발생 공포감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실권주 인수 계약을 맺고 유증을 주관하고 있는 기업은 SK이노베이션, CJ CGV, 인텔리안테크, 진원생명과학, 보로노이, 피플바이오, 노을 등 7곳입니다. 이중 공동주관으로 참여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한국투자증권 인수금액은 약 5300억원이며, CJ CGV는 1900억원, 진원생명과학은 409억원 규모입니다. 
 
이들 중 발행주식 대비 유증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노을로 300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하게 됩니다. 현재 발행주식 대비 61%가 넘는 물량입니다. 주관사가 챙길 실권수수료는 잔액인수금액의 15%입니다. 만약 주주 청약 미달로 실권주가 발생하면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15% 할인된 가격에 전량 인수하게 됩니다. 실권주는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이 곧바로 장내매도할 수 있습니다. 당장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이외에 보로노이는 10%, 피플바이오는 15%의 실권수수료에 한국투자증권이 잔액인수합니다. 
 
매년 수백억 적자에도 전환사채(CB)와 유증으로 명맥을 잇고 있는 진원생명과학은 이번 유증에서 또 발행주식의 28.3%에 달하는 818억원의 신주를 발행합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한양증권으로 각각 409억원씩 인수하며, 실권수수료는 15%입니다.
 
특히, CJ CGV의 경우 대기업 집단의 유증임에도 이례적으로 9%대 실권수수료가 책정돼 있는데요. 대규모 실권이 발생할 경우 오버행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CJ CGV의 실권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잔액인수합니다.
 
한편 KB증권은 지난해 2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엔지켐생명과학의 실권주를 총액 인수 방식으로 모두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된바 있습니다. 당시 엔지켐생명과학은 530만주의 유상증자를 추진했고, 유상증자에 실패해 380만9958주가 실권주가 됐는데요. 당시 실권주는 전체 유상증자 규모의 71.89%에 달했습니다. KB증권이 인수한 물량을 대부분 매도하면서 유증전 7000원대 였던 주가는 현재 1700원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