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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차기 회장 관전포인트…내부 4인방이냐, 외부 인사냐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인선이 본격 시작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이 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의 승계 작업이 금융권의 모범이 되길 바란다며 견제구를 계속 던지고 있는데요. 양종희·이동철·허인 부회장과 박정림 총괄부문장 등 회장 후계 구도가 탄탄한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한 4파전 시나리오가 유력합니다. 다만 회장 승계 절차의 '공정성'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외부 인사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내달 29일 숏리스트 3명 확정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다음달 8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정하고, 같은 달 29일 2차 숏리스트 3명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인터뷰와 심층평가, 투표를 거쳐 오는 9월8일 최종 후보자 1명을 결정하기로 했는데요. 회추위는 회장 자격 요건으로 △업무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 △도덕성 △KB금융그룹 비전과 가치관 공유 △장단기 건전 경영 노력을 정했습니다.
 
이번 회장 선임 절차에서 검증 기간이 길어지고 평가 절차가 까다로워졌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금융당국이 주문한 '선진적 선례'를 만들기 위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회추위는 숏리스트 선정 시기를 2020년 대비 3주 정도 앞당기고, 숏리스트 후보자 중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기간을 한 달로 늘렸습니다. 평가 방식도 인터뷰 횟수와 시간을 2배 이상 늘리고, 외부 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를 추가하기로 했는데요. 외부 후보자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면접을 준비하고, 회추위도 보다 면밀하게 후보자의 자질과 경영능력을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부회장급 4인방 각축전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후보자 간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입니다. 회추위는 매년 반기마다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을 추리는 규정에 따라 내부 인사 10명, 외부 인사 10명 등 후보 20명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는 KB금융이 후계 프로그램에 따라 체계적으로 육성해온 부회장 3인방과 총괄부문장, 주요 계열사 대표가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종희 부회장은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에서 윤 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고 이들 후보 중에서는 가장 먼저 부회장 타이틀을 쥔 인물입니다. 양 부회장은 KB금융지주에서 전략기획담당 상무 시절 LIG손해보험을 성공적으로 인수했고, KB 출신 첫 사령탑으로 KB손보를 5년간 안정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이동철 부회장은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카드 등 지주 계열사에서 전략과 재무, 국내외 영업을 두루 다뤄온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KB생명보험 부사장과 KB국민카드 사장을 맡았고 지주사에서 전략총괄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현대증권(현 KB증권) 인수를 주도하는 등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맡기도 했습니다.
 
허인 부회장은 부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은행장을 지낸 강점이 있습니다. 허 부회장은 2017년 한국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국민은행장에 올라 사상 첫 3연임 은행장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영업통'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부회장 3명을 제치고 내부 출신 다크호스가 발탁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부 인사로는 국내 증권사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KB금융 총괄부문장인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습니다. 후보로 선정되면 여성 최초 대형 금융지주 수장이라는 상징성이 큽니다.
 
당국 '공정성' 강조…외부인사 가능성
 
KB금융이 이번에 인선 절차와 평가 방식 등 내용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설명했는데요.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것도 당국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투명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정성이라는 단어가 눈에 걸립니다. 내부출신의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 것이라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겠지만 외부 출신에 대한 공정성이라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내부 후보 뿐만 아니라 외부 출신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의 메시지도 최대 변수로 꼽힙니다. 당국은 앞서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용퇴 결정을 치켜세우는 한편,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316140) (12,940원 0원 0.00%) 회장의 3연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인선마다 강한 입김을 넣어왔습니다.
 
KB금융은 외부 헤드헌터 기관을 통해 외부 후보군을 추천받아 심의를 통해 매 반기별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경우 내부 후보군이 워낙 탄탄하고, 외부 후보군도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 입김에 따라 엉뚱한 후보가 이름을 올리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전했습니다.
 
금융당국이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선진적인 선례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한 만큼 당국발 인사 개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특정 인물이나 후보에 영향에 미치는 것들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나서 '입김 논란'을 차단하며 회추위의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