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바로가기
IR뉴스
HOME > IR뉴스
인쇄하기
횡령 사고 터져도 금융사 CEO 징계 어렵다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BNK경남은행의 대규모 횡령 사건 파장이 은행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수면 아래 있는 또 다른 횡령 사고들이 드러나지 않을지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이 그간 금융사 고위급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꾸준히 강조한 만큼 최고경영자(CEO) 즉 은행장까지 책임을 물을지가 관심사입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고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대로 금융사 지배구조법이 개정되지 않아 CEO 제재 근거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BNK경남은행 562억원 횡령 사태에 대해 현장검사에 들어간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장에 대한 제재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2일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 직원이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을 횡령했다고 밝히며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은행들의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책무구조도'를 만들어 임원들마다 내부통제 책임 영역을 사전에 정해놓는 게 핵심인데요.
 
개선안에는 "회사 내에서 조직적이고 장기간 반복적으로 광범위한 문제가 생기면 CEO가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대형 금융사고에 대한 CEO의 책임을 묻게 되는 근거가 생깁니다.
 
금감원은 작년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 건에 대해서도 현재 제재심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횡령 사고를 낸 직원과 본부장, 임원들이 대상인데요. 검찰은 횡령한 우리은행 전 직원 형제에게 지난 4월 열린 2심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각각 징역 30년을 구형했고, 총 513억원의 추징도 요구했습니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이 터지자 모든 은행에 PF 대출 자금 관리 실태를 긴급 점검을 지시했습니다. 다른 은행들에도 경남은행 직원의 PF 대출 횡령과 유사한 사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금감원은 은행들의 긴급 점검에서 부동산 PF 자금관리에 문제가 보고될 경우 즉시 현장검사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금액은 592억7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횡령으로 금융권 전체 횡령액이 1010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에 이어 가장 많은 액수입니다.
 
금융권이 예의주시하는 것은 은행장 징계 여부입니다.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당국이 내부통제 개선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또다시 거액의 횡령사건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경징계로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내부통제 제도에 따르면 금융사고가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했을 경우 '시스템 실패'로 해석합니다. 시스템 실패의 경우 내부통제 담당 임원 뿐만 아니라 CEO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7년 간 네 차례에 걸쳐 발생해 시스템 실패로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문제는 당국이 예고한 내부통제 개선안대로 금융사지배구조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는 금융사가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만 명시돼 있을 뿐, 실질적 운영 방식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CEO를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2020년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316140) (12,940원 0원 0.00%) 회장에게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중징계(문책 경고)를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손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줘 CEO 징계가 무산됐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에 있어서 실질적인 흠결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 뿐"이라며 "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에는 제재 수위나 대상을 함부로 예단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핸권 금융지주사들도 지배구조법 개정 시점과 맞춰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와 우리금융이 당국이 추진하는 내부통제 개선방안을 조기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인데요.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내부통제 개선안을 조기에 도입하겠다는 의미"라면서도 "지배구조법 개정안과 충돌할 수 있는 우려도 있기 때문에 법 개정전에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4대 시중은행의 경우 현재까지 점검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을 계기로 자금 집행·관리 부서 분리와 순환근무제·명령휴가제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