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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비용 늘리는 대형증권사…IB 강자 메리츠는 '달라'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상반기 주요 증권사들의 전산 관련 비용 집행이 많이 늘어난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규모 대비 전산 비용 집행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는 메리츠증권의 사업 모델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리테일 비중이 높은 타 증권사와 달리 IB(투자은행) 부문 등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많아섭니다.
 
대형 증권사, 전산운용비 규모 지속 증가세
 
주요 증권사 순이익 대비 전산비용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감독원)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순이익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들이 사용한 전산운용비는 총 251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상반기(2303억원)보다 9.38% 증가했는데요. 2년 전까지 대부분 순이익 대비 10% 이하 수준이었던 전산운용비가 지난해 실적 약세 속에서도 증가세를 보였고 올해도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산 비용 증가 흐름은 비대면 거래, 기업공개(IPO) 참여 등 고객 이용이 증가한 여파로 풀이되는데요. 다음달 1일부터 차액결제거래(CFD) 재개를 앞두고 증권사들이 전산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한몫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상반기 가장 많은 전산운용비를 사용한 증권사는 키움증권(039490) (94,000원 ▲200원 +0.21%)입니다. 476억원으로 상반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3756억원 대비 12.65% 수준인데요. 지난해에도 919억원을 사용하며 업계 1위를 차지한데 이어 꾸준히 전산운용비 규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만큼 하반기에도 전산운용비를 사용한다면 규모는 952억원까지 늘어나 지난해 기록을 넘어섭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한 대응도 있고 외주 인력 같은 경우엔 인건비가 아니라 전산운용비에 포함된다"며 "IPO가 있을 때는 갑자기 고객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전산운용비를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2위는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입니다. 2021년엔 업계에서 가장 많은 822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880억원으로 적지 않은 전산운용비를 사용했지만 키움증권에 밀렸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455억원을 적립했고 하반기까지 흐름이 이어진다면 910억원 수준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KB증권의 증가세도 가파릅니다. 2021년 244억원에서 지난해 509억원으로 두배 넘게 전산운용비를 늘렸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303억원을 사용하며 현재 흐름으로 보면 연말에 606억원까지 사용할 가능성이 존재하는데요. 지난해 대비 97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머지 증권사들의 상반기 전산운용비 사용액은 미래에셋(396억원)·신한투자(243억원)·한국투자(231억원)·NH투자(158억원)·대신(151억원)·메리츠(61억원)·다올투자(45억원)증권 순으로 나타납니다.
 
IB 주력 메리츠, 전산비용 크지 않아
 
상반기 기준 100억원 미만의 전산운용비를 기록한 곳은 메리츠증권과 다올투자증권(030210) (4,100원 0원 0.00%)입니다. 다올투자증권은 1055억원의 상반기 순이익에서 전산운용비에 45억원을 사용하며 4.27%의 비중을 기록했는데요. 메리츠증권은 2461억원에서 61억원으로 2.48% 비중입니다. 증권사들 중 순이익 대비 전산운용비 규모가 가장 작았습니다.
 
메리츠증권과 비슷한 순이익을 기록한 신한투자증권(2500억원), 미래에셋증권(2292억원), KB증권(2274억원) 등이 각각 243억원(9.72%), 396억원(17.28%), 303억원(13.32%)을 사용한 것에 비교해도 낮은 수준입니다.
 
메리츠증권이 전산 비용으로 큰 비용을 쓰지 않는 이유는 타사와 달리 리테일보단 IB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증권업계에서 지난해 4분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운용손실 규모 증가, 투자중개 실적 저하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한 데 반해 메리츠증권은 투자중개 비중이 크지 않고 주력 사업부문인 IB부문과 운용부문에서 양호한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메리츠증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연결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익은 4696억원입니다. 이중 기업자금조달 관련 자문 용역제공,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 등의 사업이 포함된 기업금융 및 IB(투자은행)부문이 1466억원으로 31.2%를,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의 매매·중개·대리 등 사업인 Sales&Trading(세일즈앤트레이딩) 부문은 1115억원으로 23.7% 비중입니다. 위탁영업, 자산관리상품 판매 등 리테일사업 부문은 81억원으로 1.7%에 그쳤습니다.
 
전산운용비 규모 1, 2위를 차지한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의 경우 각각 상반기 5718억원, 5502억원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을 거뒀는데요. 키움증권은 리테일총괄본부가 3462억원으로 60.5%를, 삼성증권 역시 위탁매매 부문이 3318억원으로 60.3%를 차지했습니다. IB, 기업금융 부문은 314억원(5.5%), 882억원(16.0%)으로 비교적 적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사용하는 고객이 많은, 즉 리테일이 강한 증권사들은 큰 규모의 전산 운용비가 필요합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리테일 비중이 적은 메리츠증권의 경우 전산운용비에 큰 투자를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설명입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리테일 부문이 타사 대비 적다 보니 전산비용 역시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앞으로도 IB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업을 확장할 전망입니다. 지난 14일 컨퍼런스콜에서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은 "한 가지 지양하는 부분은 모든 증권사가 하고 있는 모든 사업에 같은 비중의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우리 판단으로 수익성, 안정성이 주어지는 영역 안에서만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