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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호조에도 지점 통폐합 나선 증권사…직원들 분통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증권사들이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는 줄였습니다. 올 들어 800개 밑으로 내려온 증권사 지점 수는 꾸준히 감소세인데요. 최근에도 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지점 통폐합을 계획하는 등 지점 수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증권사 직원들은 사실상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디지털화' 명분 지점 통폐합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61개 증권사들의 지점과 영업소를 모두 합한 영업점은 총 853개입니다. 지난해 6월, 59개 증권사가 907개를 기록한 것에 비해 54개 줄어든 6.0% 감소했습니다. 증권사는 2곳 늘었지만 영업점은 줄어들었죠.
 
국내 증권사 영업점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투자협회)
국내 증권사 지점으로만 보면 6월 기준 788개입니다. 지난 1분기 798개로 800개가 깨진 지점 수는 3개월 사이 10개가 더 사라졌습니다. 지난해 6월 기준 835개 대비 47개가 줄어들며 5.6% 가량 감소했죠. 같은 기간 영업소 역시 전년 동기 72개보다 7개(9.7%) 줄어든 65개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지점이 1년 사이 가장 많이 줄어든 증권사는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입니다. 지난해 6월 43개에서 올해 6월 29개로 14개가 감소했습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 강화를 위해 지점 통폐합을 진행한 부분이 있다"며 "비대면, 모바일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더 질 높은 디지털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측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 국내 지점 수가 80개에서 74개로 6개 줄어들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030610) (4,995원 0원 0.00%), 유안타증권(003470) (2,650원 ▼10원 -0.38%)이 4개씩 감소했고 NH투자증권(3개), KB증권(2개), 대신증권(003540) (14,210원 ▲30원 +0.21%)(2개), DB금융투자(016610) (3,880원 0원 0.00%)(2개), IBK투자증권(2개), 하이투자증권(2개), 한화투자증권(003530) (3,195원 ▲35원 +1.10%)(1개) 등이 지점을 줄였습니다. 특히 KB증권은 같은 기간 영업소도 7개 사라졌습니다.
 
반면 증권사 실적은 개선 중입니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영업점 수는 줄어든 셈입니다.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61개 증권사 자기자본 합산 규모는 79조1183억원이었는데요. 올해 6월 84조1228억원으로 6.3% 성장했습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4조1863억원, 3조853억원에서 이번 상반기 6조2131억원, 4조8293억원으로 각각 48.4%, 56.5% 늘어났습니다. 
 
"거점 위주 대형화, 전반적인 추세"
 
최근에도 증권사들은 지점 통폐합 단행 및 계획을 내놓고 있어 향후 증권사 지점 수는 더욱 감소할 전망입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구로WM센터를 폐점 후 서울 여의도 파크원 NH금융타워에 있는 본사 영업부금융센터로 통합했습니다. 
 
KB증권도 7월 선릉역라운지는 삼성동금융센터로, 신사라운지와 청담역라운지는 압구정지점으로 통합했습니다. 또한 광화문지점, 종로지점, 신설동지점을 통합해 광화문금융센터로, 수유지점은 노원PB센터로 합쳤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월 강북금융센터를 폐쇄하고 여의도금융센터로, 8월에는 서초동 지점을 폐쇄하고 서초PB센터로 통합했습니다. 
 
대신증권은 오는 12월 말 신촌WM센터, 사당WM센터, 광화문센터, 여의도영업부를 합쳐 여의도에 통합 점포를 신설할 예정입니다. 서울 시내에 있는 지점 4개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인데요. 현재 영업점 44개는 통합 이후 41개로 줄어듭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주요 거점 위주의 대형화 점포는 이미 금융권 전반에서 수년 전부터 확산하는 추세"라며 "비대면거래 증가에 따른 효율화 방안 중 하나이며, 지점 대형화를 통해 내점 고객에게 더 다양하고 내실 있는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안 없으면 구조정리에 불과"
 
증권사 직원들은 지점 통폐합이 단행되는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점포가 없어지는 것은 사실상 직원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회사와 직원들 간 논의 없이 독단적인 점포 축소는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대안 없는 점포 정리는 구조 조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삼성증권의 점포 전략을 따라가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증권의 점포 전략으론 서울·광역시의 대형화, 지방의 거점 배치 등이 있는데요. 이에 삼성증권과 고객 기반이 다르고 몸집도 작은 대신증권이 같은 방식의 점포 전략을 취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은 1억, 10억 이상 고객층에 올인하는데 대신증권의 경우 수익을 많이 내는 계좌는 대부분 1억 이하로 고객군이 다르다"며 "(지점 통합으로) 종로, 광화문, 마포, 신촌, 성수동 등 서울의 부촌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 점포가 전무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신증권은 10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되기 위해 연말까지 자기자본 3조원 달성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일각에선 점포를 줄여 비용을 감축해 자기자본 3조원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성장 전략이 아니라 비용 축소에 맞춰진 전략이라는 지적입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12월 말에 지점 통폐합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비용 축소와는 관계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노조는 점포 통폐합과 관련해 투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 진행하는 통폐합은 당장 직원들이 나가야 하는 건 아니더라도 본인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포지션을 잃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간다"며 "마이너스 상황도 아닌데 무분별하게 점포 통폐합을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